결과는 2 대 0, 한국의 압승이었다. 음식을 맛본 블라인드 평가단은 전반전과 후반전 모두 한국의 손을 들어주며 맛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던 것은 경기에 임하는 두 국가 셰프들의 매너 있는 모습이었다. 원정을 온 프랑스 팀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재료를 챙겨주는 최원석 셰프의 모습이나, 두 번의 대결 내내 경기 자체를 즐기며 좋은 매너를 보여준 프랑스 대표 셰프들의 모습은 어느새 시청자들이 승부보다 요리의 예술적 가치, 그 자체에 집중하게 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JTBC '쿡가대표'에서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셰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결과는 전반전과 후반전 모두 한국의 승리, 그것도 2 대 0 압승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시청자들은 한국 팀이 승리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 대신 낯선 한국 땅에서 성심성의껏, 하지만 매너있게 경기에 임한 프랑스팀을 응원하는 편을 택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후반전에서는 프랑스 팀이 승리해 사이좋게 승리를 나눠 갖길 원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이처럼 프랑스 팀에 대한 국내 시청자들의 평가가 좋은 것은 중국 청두 5성급 호텔 셰프팀이 보여 준 비매너 경기의 여파가 컸다. 지난주 중국 청두 편에서 상대편 중국 팀 셰프들은 미리 소스를 만들어 두거나 박력분을 요구한 한국 셰프에게 강력분을 줘 정상적인 요리를 방해하는 등 반칙을 써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행히 한국 팀은 중국 팀의 반칙에도 끝내 승리를 거두며 실력을 입증했지만, 보는 이들의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다.
이번 대결에서 자신의 주방을 경기장으로 내준 최현석 셰프는 '쿡가대표' 사상 첫 홈 경기를 맞아 지난 청두 때 상대 팀의 뼈저린 반칙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재료를 준비해 프랑스 셰프들을 대접했고 프랑스 셰프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할 수 있어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 팀의 친절한 준비에 프랑스 요니 셰프는 "최현석 셰프가 친절하게 해주고 우리가 최대한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줬다. 오늘은 서로대결하는 상대로 만났지만 우리는 요리하는 셰프이기 때문에 동료라고 생각한다"고 동료애를 드러냈다. 이 프랑스 셰프들은 대결 내내 "요리는 동료다"라고 국적과 관계없이 요리사들의 교류에 더 가치를 두는 모습이었다.
프랑스 팀의 열린 태도에 국내 셰프 및 진행자들의 반응도 더욱 개방적이 됐다. 김성주는 중계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프랑스 셰프인 줄리아를 응원했고, 후반전 경기에서 오세득 셰프는 "이겼으면 좋겠지만, 프랑스 팀이 이길 것 같다"며 훌륭한 요리를 선보인 프랑스 팀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결국 한국이 이겼고, 프랑스 셰프들은 연이어 두 차례 패배하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패배를 했다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요리에 자신감은 여전했고,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그 때문일까? MC들은 프랑스 원정경기에 찾아가겠다며 프랑스 셰프들과 우정어린 약속을 나눠 다음을 기약했다. 아마도 프랑스 팀은 '쿡가대표'의 다시 보고 싶은 경기 1위 쯤에 오르지 않을까? '역대급' 훈훈한 만남이 또 한 번 인연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쿡가대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