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정현'의 위력은 대단했다. 멜로디를 잊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즉석에서 전혀 다른 멜로디로 편곡을 해내는 '절대음감'의 소유자. 그래서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응원을 했고, 결국 값진 승리를 얻어냈다.
박정현은 지난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에서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박현일 씨와 대결을 펼쳤다. 박현일 씨 역시 만만치 않는 실력자였다. 웬만한 가수들도 부르기 어렵다는 포맨의 '베이비 베이비'를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리고 그는 박정현이 부를 노래로 AOA의 '심쿵해'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어떤 노래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해냈던 박정현이었기에 이번 '심쿵해' 역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박정현은 떨려하던 모습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AOA가 생각나지 않을 또 다른 '심쿵해'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박정현이 멜로디를 두 번이나 잊어버리면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껏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던 박정현이기에 이 같은 상황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박정현 역시 연신 "미안하다", "어떻게 하지?"라고 하며 난감해했다. 하지만 박정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결국 세 번만에 '심쿵해'를 완창해낸 것. 게다가 박정현은 이 세 번 모두 전혀 다른 멜로디로 소화해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스튜디오에 있던 가수, 패널들까지 모두 일어나 함께 멜로디를 타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 박정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미 실수는 오래 전에 잊은 듯 했다.
무대가 끝난 뒤 정인은 박정현에 대해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감탄했으며, 거미 역시 "이 분은 이런 분이다. 이것이 음악이다"라고 극찬했다. 결과는 박정현의 압도적인 승리. 하지만 박정현은 오히려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한 무대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가수에게 이 같은 두 번의 실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무리 승리와 극찬을 얻은 무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박정현은 실수마저도 압도할 정도로, 상상 불가의 무대를 완성해내며 '알앤비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했다. 거미가 말했던 것처럼 '음악'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갓정현'이 분명하다. /parkjy@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