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시간탐험대3’, 통쾌하게 비웃은 금수저와 흙수저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4.28 10: 33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이다.”
배우 한상진은 예능 출연에 이 같은 소감을 남겼지만, 그의 말은 현재 우리 사회에 대두된 ‘수저론’에도 대입해볼 수 있다. 은수저까지는 어떻게 닦아서라도 광을 내볼 엄두가 나지만 흙수저는 아예 포기다.
삭막한 수저론이 최근 우리 사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배가한다. 흙수저들이 어렵게 대기업에 ‘입신양명’했어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일 터다. 마치 어색한 옷을 억지로 껴입으며 힘겨운 긴 시간을 경험하기 일쑤다. 반면 출발점이 다른 금수저는 어려울 게 없어 보인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처럼.

지난 27일 첫 방송된 tvN 예능 ‘렛츠고 시간탐험대3’(이하 시간탐험대)는 조선판 금수저 대 흙수저로 꾸며져 시선을 모았다. 최근 우리나라 전반에 퍼진 사회현상에 웃음을 가미해 풍자했다. 이날 장동민 장수원이 양반, 김동현 한상진이 포졸, 고주원 유상무가 평민 계급으로 나뉘었다.
포졸 김동현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같은 시각 고주원과 유상무 앞에 이미 불길한 일들이 벌어졌다. 세금을 징수하지 못해 아전에게 발길질부터 당하고 시작한 것이다.
오프닝에서 평민인 두 사람은 제작진으로부터 땅문서를 받았는데, 영정법과 대동법에 의거해 쌀 180부를 납부해야만 했다. 고주원은 “불평등해 보여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화가 났다”며 평민의 심경을 대변했다.
역사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평민들에게만 납세의 의무가 있었는데,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양안을 근거로 평민들에게 조세가 부과됐다. 하지만 각종 부가세 및 관리들의 농간으로 10배 이상의 세금을 내야만 했고 갚지 못하면 토지를 빼앗겨 노비로 전락했다. 유상무와 고주원은 3일 동안 50냥을 갚아야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그런 가운데 장동민과 장수원은 양반 생활을 만끽했다. 정2품 병조판서 아버지의 덕택으로 포도부장에 앉아 입신양명을 꿈꿨다. 장동민은 “좋다. 다 해본 결과 역시 신분은 높고 봐야 된다. 흙수저를 뽑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고생길이 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자식 취업을 부탁하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겼다.
부모의 학력과 재산, 직업에 따라 자녀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금수저·흙수저’론.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반감이 실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작은 예능을 통해서나마 현실이 바뀌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purplish@osen.co.kr
[사진] '시간탐험대3'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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