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도 배우 못지않게 잘생긴 분이시지만..에단 호크 씨는 왜 같이 오지 않으셨나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 개막식의 MC 유선이 개막작 '본 투 비 블루'의 로베르 뷔드로 감독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전주 시민들을 웃게 한 이 농담으로 개막작 주인공 에단 호크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시리즈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의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이다.
27일 공개된 제17회 JIFF의 개막작 '본 투 비 블루'(로베르 뷔드로 감독)는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60년대, 옛 명성을 잃고 약물과 술에 취해 살아가던 천재적인 예술가는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 트럼펫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런 그의 옆에서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이는 흑인 연인 제인이다.
'본 투 비 블루' 속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연기로 예술가의 생애 한 토막을 보여준다.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해보려는 쳇 베이커의 고군분투는 그와 그의 음악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만큼 애달프고 아름답다.
에단 호크의 연기를 보면 그가 얼마만큼 이 배역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다. 트럼펫을 잡는 구부정한 자세, 음악과 절묘한 싱크로율을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주, 담배 연기 속 뿜어져 나오는 얇고 허스키한 목소리, 천진난만한 태도까지. 영화 속 그의 연기는 정밀화를 그린 듯 디테일하다. 눈빛은 또 어떤가. 흐리멍덩했다가도 트럼펫을 잡는 순간 불을 뿜어내는 모습에서는 잠시 쳇 베이커의 영혼이 빙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사실 에단 호크는 국내 관객들에게 연기파 배우보다는 로맨스 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배우다. 그의 작품을 줄줄 꿰고 있는 팬이 아니라면 가장 유명한 ‘비포’ 시리즈 외에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본 투 비 블루’에서는 작정하고 한 인물에 푹 빠져버린 에단 호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그가 얼마만큼 열정적인 배우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로베르 뷔드로 감독은 지난 28일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에단 호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에단호크의 실제 외모가 40대 쳇 베이커와 비슷하고, 음악적 감수성도 비슷하다. 또 그는 15년 전에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쳇 베이커 영화 만들었는데 무산된 적이 있다. 그래서 쳇 베이커에 대한 열정이 있어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주인공 에단 호크의 내한은 실제 JIFF 측을 통해 추진되기도 했는데,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이에 대해 “에단 호크를 감독님과 함께 오게 하려고 협의를 오래 함께 했는데, 올 수 있는 상황 펼쳐졌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고사했다”고 뒷이야기를 알린 바 있다. 또 로베르 뷔드로 감독은 “이번에 에단 호크가 전주에 오고 싶었는데 사정이 안 돼 못 온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에단 호크의 인사를 전하며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eujenej@osen.co.kr
[사진] '본 투 비 블루' 스틸 컷,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