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데 애절하다. 그러면서도 흔히 말하는 ‘민폐 여주’가 아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문채원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가운데,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이끌어나갈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다소 의존적인 모습이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주체적인 여성상이 각광을 받는다. 이는 최근 급부상한 ‘걸크러쉬’(여성이 여성 캐릭터나 여자 연예인에게 반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 이하 ‘굿미블’)은 차지원(이진욱 분)이 친구였던 민선재(김강우 분)로부터 사랑하던 여자도 가족도 모든 것을 빼앗긴 후 복수극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전개는 지원의 복수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문채원은 김스완 역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당당하게 연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극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면서 복수에 가속도가 붙었다. 스완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백은도(전국환 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아버지의 신념대로 따라간다면, 스완은 지원과는 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스완이 극중 기자라는 점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스완은 앞서 백은도와 관련한 비리를 터트렸다. 언론을 통제하려던 세력에 맞서 기지를 발휘해 당차게 말이다. 스완은 늘 그랬다. 사랑 앞에서도 당당했고, 자신의 신념 앞에서도 당당했다.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인생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지난 28일 방송된 14회분에서는 지원이 선우그룹을 되찾는 과정이 그려졌다. 스완은 백은도의 딸로 그 자리에 참석했고 모두에게 알렸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지 단 한 회 만에 전개는 급물살을 탄 것. 그럼에도 이 선택이 백은도의 강압이 아니며 스완도 운명에 순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앞으로 종영까지 남은 6회 동안 그녀가 그릴 ‘사이다’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동시에 지원과 로맨스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건 문채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 지원의 인생에 유일한 빛인 스완이 있어 극은 더욱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고르게 사랑받기도 참 어려운 일인데, ‘굿미블’은 이를 해내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굿미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