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레기야. 하지만 도망치는 건 한 번으로 족해."
아버지는 강했다.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지만, 남은 기억 한오라기라도 붙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수면 위로 올리고자 고군분투 했다. 전부를 건 그에겐 전부를 가진 이들도 두렵지 않은 상대였다.
29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연출 박찬홍, 극본 김지우)에서는 죽은 아들 동우의 뺑소니범이 이승호(여회현 분)란 걸 알게 된 박태석(이성민 분)의 본격적인 복수가 그려졌다.
이찬무(전노민 분)대표는 15년전 아들 승호가 동우를 죽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더 많은 죄를 지어온 인물. 심지어 태석을 태선로펌에 고용해 신영진(이기우 분) 사건과 같이 부조리한 사건들을 변호하게 만들었다. 그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돈의 노예로 살았던 박태석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몸서리쳤다.
힘든 상황이지만, 박태석은 누구보다 아들의 죽음 속 가려진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나은선(박진희 분)에게 달려갔다.
모든 사실을 깨닫게 된 나은선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오열했다. 그는 "당장 가서 죽이겠다. 법도 필요없다"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박태석은 그런 나은선을 향해 "나는 쓰레기처럼 살았다. 하지만 동우를 위해서라도 내 마지막 힘을 다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싸울 상대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 동우 사건의 중요 실마리였던 목격자 강현욱(신재하 분)마저 자살로 위장하며 모든 증거를 인멸한 상황.
태석은 강현욱을 자살로 처리한 형사를 찾아가 재수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가 치밀한 알리바이를 대자 코웃음치던 형사도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목을 조르는 건 이찬무 뿐 아니었다. 그를 미행하는 신영진이 은밀하게 그의 뒤를 캐고 있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석은 자신의 친아버지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태석에겐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기에 여전히 희망은 있다.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아내 서영주(김지수 분)와 듬직한 아들 박정우(남다른 분), 거기에 로펌 직원들까지.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희망, 제보자, 강현욱의 애인까지 나타나 결정적인 증거, 녹취록까지 넘긴 상태. 태석은 위기 상황도 지혜롭게 모면하며 사건의 수뇌부로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말미, 신영주의 지시로 움직이는 괴한에게 맞고 증거를 뺏긴 채 위기에 처한 박태석이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 당당한 아버지로 남을 수 있을지 3회를 남겨둔 '기억'에 시청자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sjy0401@osen.co.kr
[사진] tvN '기억'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