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B1A4 산들의 배려가 빛나던 순간, 듀엣의 참의미가 되살아났다. 파트너 조선영 씨의 음이탈 실수에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며 침착하게 리드했다. ‘듀엣가요제’에 가장 어울리는 팀이었다는 성시경의 말이 딱 맞았다. 가수의 인지도나 단순한 노래 실력이 정답은 아니다. 얼마나 파트너와 호흡하느냐가 우승의 열쇠다.
현재 국내에서 방송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음악 예능은 참 많다. 모두 저마다 차별점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때 MBC ‘듀엣가요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음악 예능에 접근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듀엣’으로 나서는 ‘음악 축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파트너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단순히 경쟁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점을 출연진들은 마음속에 단단히 새길 필요가 있다.
산들은 지난 29일 방송분을 통해서 진정한 듀엣 무대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줬다. 그는 싱글맘 조선영 씨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앞서 파트너 선정에 있어 노래실력보다는 우선 조선영 씨의 사연을 듣고 싶었다고 밝혔던 바. 조심스럽게 그녀가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듣게 됐다.
그러다 보니 선곡도 진정성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를 선곡한 두 사람은 가사의 뜻을 살려가며 청중평가단 앞에서 열창했다.
실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실력보다 더욱 관건은 얼마나 긴장을 푸느냐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조선영 씨는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고, 음이탈이라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던 건 파트너 산들의 역할이 컸다. 흔들리는 조선영 씨를 단단하게 잡아줬다.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리드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보다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빛난 파트너십에 평가단의 마음은 움직였고, 결국 최종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이처럼 산들의 배려가 돋보이던 순간은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했던 취지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