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종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을까. 이경규와 박명수가 끝까지 배꼽을 잡게 하는 호통 콤비로 웃음을 줬다. 하루종일 투덜대며 한탄을 하고, 급기야 무속인의 집까지 찾아간 둘의 모습은 이 이별이 본인들에게도 얼마나 아쉬운 일인 지 엿보게 했다. 이경규와 박명수는 과연 바람처럼 다른 프로그램에서 '꿀케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마지막 회에서는 송해의 구순 잔치를 열어주는 조우종과 '6시 내고향'과 컬래버레이션으로 경상북도 김천을 방문한 이경규, 박명수 콤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경규와 박명수는 '6시 내고향' 팀과 컬래버레이션을 펼치기로 한 김천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전해진 비보가 있었다. 이 촬영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것. 미리 소식을 들은 박명수는 이경규를 보자마자 "난 '무도'가 있는데 형님은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박명수의 충격은 상당히 큰 듯(?) 했다. 그는 컬래버레이션을 이어 가는 중에도 틈만 나면 이경규에게 안타까움을 표해 웃음을 줬다. 그는 "우리 어떻게 되는거냐? 재밌다고 난리가 났는데 왜 방송이 없어 지느냐? 시즌2로 다시 보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형님이 윗선에 얘기 좀 하지 그랬느냐?",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런 꼴이 났다. 경규 형이 일이 없다. 경규 형이랑 나랑 싸게 하겠다. YTN, 불러달라"고 끊임없이 아쉬워했다.
이경규도 아쉬워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종의 미는 없다. 유종만 있다"고 했고, '나를 돌아봐'를 잘 모른다는 시장 상인에게 "어머님 때문에 없어지는 거다"라고 탓했다. 또 커피를 파는 상인에게는 "우리는 잘 안 되더라도 잘 돼야 한다. 가게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급기야 둘은 답답한 마음에 무속인의 집을 찾았다. 무속인은 "또 만날 수 있곘느냐"는 두 사람의 질문에 "네. 끊어지진 않는다. 1년 보더라도 조금 있으면 또 할거다"라고 콤비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이어 두 사람은 '6시 내고향'의 방송 스타일대로 시장 내 한 방앗간에서 마른 고추를 따는 일을 맡았다. 여기서도 호통 형제 특유의 솔직한 입담은 계속됐다. 박명수는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거다. 26년 만에 듀엣을 처음 만났다. 쳐다보기도 어려운 형님인데 마음 열고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이경규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이경규는 "마지막인데 고추 따고 있다. 갈아서 KBS에 확 뿌려버리겠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또 이경규는 "일생을 전진을 못한다. 고추를 따면서 '나를 돌아봐'가 끝날 줄이야. 김천 시장 바닥에서 끝날 줄 몰랐다. 인생은 한치 앞을 모른다. 내일도 모른다. 그러니까 막 살아야 한다"고도 했고, 박명수는 "어떻게 나를 돌아보느냐. 돌아보다 미래를 못 봤다"고 제목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연결시켜 웃음을 줬다.
이경규와 박명수의 마지막은 너무 재밌어서 아쉬움이 컸다. 이제 막 탄력을 받고 있었던 둘의 콤비 플레이는 사실 이들 각자에게도 새로운 기회였다. 이경규는 콤비로의 진화를, 박명수는 유재석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짝을 꿈꿀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돌아봐'가 갑작스럽게 종영하면서, 당분간은 둘의 투샷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아깝지 아니한가? 두 사람의 바람처럼 콤비로 다시 만날 방송이 생기기를 기원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나를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