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에서 맏형 강호동은 리더지만 게임을 제일 못하는 ‘옛날 사람’이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자책하기 일쑤인데 그 모습이 밉지 많은 않다. 신입이자 팀의 막내 안재현은 고민 없는 청년의 모습과 함께 형들의 과오를 감싸 안아주는 속 깊은 면모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자신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신서유기2’에서 강호동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숙소를 나왔음에도 꼴등을 했다. 일부러 웃기려고 시간을 지체했다기보다 서툰 중국어 실력으로 두려움이 컸기에 망설였던 탓이다.
이날 제작진이 아침식사를 내걸고 ‘말을 찾아라’라는 미션을 안겼다. 이는 벽에 붙어있는 말 조형물을 찾아 먼저 셀카를 찍어오는 두 사람에게 아침식사 비용을 주는 것이다. 이날 늦잠을 잔 은지원이 제일 늦게 집을 나서 꼴등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려 2등을 차지했다. 꾀와 순발력을 발휘한 셈이다.
‘신서유기’는 중국의 고전소설 ‘서유기’를 차용해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이 각각 저팔계,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역할을 맡아 자유롭게 중국을 여행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국민MC 강호동이 이끌었던 ‘1박2일’이 전국의 다양한 명소를 돌며 국내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줬다면, 역시 나영석 PD가 기획한 ‘신서유기’는 중국 여행을 바탕으로 해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그의 손을 거쳐 이른바 ‘대박 아이템’으로 변신한 것이다.
기세가 대단했던 강호동은 세월의 무게에 눌려 ‘옛날사람’이 돼 있었고 여전히(?) 발 빠른 동생들의 순발력에 밀려 늘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다. 그 모습이 안타까움과 웃음을 배가시키며 보는 재미를 높인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안재현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기본 상식이 모자라 늘 ‘해맑은 재현’이라는 자막이 붙지만, 세 명의 형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챙기는 모습에서 착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제작진이 “재현이는 끝까지 (강호동을)보호해줬다. 사오정 밖에 없다”고 얘기한 것에서 그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이날 안재현은 예능 수렁에 빠진 강호동을 위로하며,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맥주 한 박스와 마른안주 및 고기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앞으로 남은 수많은 미션을 수행해나갈 강호동이 걱정되지만, 그의 곁을 지켜줄 안재현 덕분에 안심이 된다. 두 사람의 ‘케미’를 기대해볼만 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신서유기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