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재밌을 때 끝났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의 종영에 어느 때 보다 많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송해와 조우종, 이경규와 박명수, 박준형과 잭슨의 조합은 한창 물이 올랐다. 특히 '이&박' 이경규와 박명수는 호통 콤비로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던 바,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종영 결정, 솔직한 두 사람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9일 방송된 '나를 돌아봐' 마지막 회는 이경규와 박명수의 '웃픈' 셀프 디스가 대미를 장식한 회였다. 놓치면 아쉬울 두 사람의 종영 어록을 정리해 봤다.
# 이경규 "유종의 미는 없어. 유종만 있다."
이경규와 박명수는 '6시 내고향'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종영을 맞이했다. 이경규를 만나자마자 "어떻게 좀 해보라"며 종영을 아쉬워했던 박명수는 "전국의 예능PD 여러분. 싸게 하겠습니다. 경규 형이랑 나에게 연락을 달라"고 광고 방송을 내보내는가 하면 김천 황금시장에서 만난 '6시 내고향'의 리포터인 조문식, 김종하에게 한탄을 해 웃음을 줬다. 조문식과 김종하에게 어르신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던 이경규는 짝다리를 지적 받았는데, 박명수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오늘 막방이다.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다. 생각해보라. '6시 내고향' 막방이면 좋겠느냐?"며 변명을 해 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경규는 "야, 유종의 미는 필요없어. 유종만 있다"고 다시 받아 쳐 후배들을 웃게 했다.
# 박명수 "26년 만에 듀엣을 처음 만났다."
박명수의 아쉬움이 컸던 것은 무섭기만 했던 대선배 이경규와 생각보다 좋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던 것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었다. 그는 이경규와 시장 내 방앗간에서 고추를 따며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거야. 26년 만에 듀엣을 처음 만났다. 쳐다보기도 어려운 형님인데 마음을 열고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이경규는 지난 방송 내내 한참 후배인 박명수의 매니저 '이실장'이 돼 그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이후 방송 말미 이경규 역시 박명수에 대해 "20여년 만에 고정은 같이 처음 했는데 (박명수가) 일취월장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건강을 챙겨가면서 했으면 좋겠다.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 다른 프로에서 만나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 이경규 "(딴 고추) 갈아서 KBS에 확 뿌려버리겠다"
그런가 하면 고추를 따는 내내 종영에 대한 이경규와 박명수의 원망(?)은 계속됐다. 특히 이경규는 "마지막인데 고추를 따고 있다"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더니 "갈아서 KBS에 확 뿌려버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에 박명수는 "윤 PD는 잘 해줬다"며 윤고운 PD를 위로했다. 그러나 이내 방송 말미에는 "꽃을 피우고 싶었는데 제작진 능력이 안 돼서 못 했다. 이번엔 좀 더 잘하는 제작진, 파워있는 제작진 만나 꽃 피우고 싶다.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고 투덜거리며 웃음을 줬다.
# 박명수 "돌아만 보다 미래를 못 봤다"
이경규는 "프로그램이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나를 돌아보다 끝났다. 계속 돌아보는거다. 무슨 일이 자꾸 일어난다"며 "고추를 따면서 '나를 돌아봐'가 끝날 줄이야. 김천 시장 바닥에서 끝날 줄 몰랐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 내일도 모른다. 그러니까 막 살아야 한다. 어떻게 나를 돌아보느냐"고 말했다. 이에 박명수는 "돌아보다가 미래를 못 봤다"고 말하며 박명수 어록을 또 하나 추가했다. 또 그는 "의미있게 하자고 ('6시 내고향')아이디어를 냈는데 마지막 방송일 줄 모르고 얘기를 했다"고 밝혀 또 다시 '웃픈' 분위기를 만들었다.
# 박명수&이경규 "야야야 뭘봐 꺼져 가"
이경규와 박명수는 김천의 한 비포장 도로에서 이별을 맞이했다. 이경규는 박명수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주문했던 약과를 준비해 그에게 선물로 줬다. 박명수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지만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몰랐다. 오늘 헤어지면 언제 뵐 지 모르겠다"고 인사했고, 이경규는 "만감이 교차하는 게, 영남이 형 떠나보내고 박 배우를 맞이했다. 그 때부터 조짐이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상승세 하는구나 했는데"라며 "요즘TV 프로그램에 콤비가 별로 없는데, '이박'의 새로운 콤비, '야야야 뭘보 꺼져 가' 이 만남이 영원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야야야 뭘봐 꺼져 가'는 두 사람이 자주 하는 호통을 모은 말이었다. 박명수가 '야야야 뭘봐 꺼져'를 자주 한다면, 이경규는 '가' 한마디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에서 웃음을 준 바 있다. 박명수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걸로 끝이 아니고 '야야야 뭘봐 꺼져와 가'로 다른 곳에서 다시 꼭 만나뵙도록 하겠다"며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