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예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요즘이다. 각 방송사마다 한 개 이상의 음악 예능을 내세우고 있을 정도로 물량 공세가 넘치고 있는데, 사실 남들과 다른 개성으로 귀를 기울일 만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보여준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불금을 책임지는 두 개의 음악 예능이 있다. 지난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듀엣가요제’와 29일 스타트를 끊은 tvN ‘노래의 탄생’.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편성됐다가 인기에 힘입어 올 봄 정규 편성을 꿰찬 ‘듀엣가요제’는 가수들의 가창력보다 도전자들의 사연과 그가 만든 꿈의 무대에 집중한다. 가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숨은 보석들을 발굴해 가수들과 듀엣 무대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간 가창력을 인정받은 EXID 솔지, 에이핑크 정은지, 에프엑스 루나 등 걸그룹 멤버들과 서인영, 린, 정준영, 홍진영, 데프콘, 현진영, 에일리 등이 출연해 자신이 돋보이려하기 보다 아마추어 일반인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줬다.
프로 가수와 아마추어 실력자가 꿈의 무대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콘셉트를 잡은 ‘듀엣가요제’는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잘 다듬어진 노래를 보여주겠다는 것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음악 예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턱도 없다. 성별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노래의 탄생’ 역시 제목 그대로 스토리가 살아있는 노래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첫 방송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은 뮤지션들이 오직 4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프로듀싱을 해 대결을 펼치는 신개념 뮤직쇼를 지향한다.
프로듀서 김형석과 전자맨, 뮤지와 조정치, 윤상과 스페이스 카우보이, 윤도현과 허준이 팀을 이뤄 편곡 대결을 벌이는데 집중하며 노래를 만드는 모습이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더불어 노래에 힘을 불어넣어줄 가수로 이현 나윤권 손승연 유성은 홍대광 등 가창력을 갖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귓가를 자극한다.
첫 방송에서는 김형석과 전자맨이 설운도의 ‘바라봐’를 퓨전 재즈풍으로 변모시켜 감탄을 자아냈다. 편곡력과 가창력으로 승부를 거는 진지한 공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음악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개 음악 예능을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즐기기엔 세상이 많이 복잡해졌다. 허나 가창력 대결을 통해 가수의 존재와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살리겠다는 의도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같은 음악 예능이나 다른 느낌을 보여준 두 프로그램이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