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텔레비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에 이어 천상계로 군림할 것 같았던 방송인 이경규가 4번째 콘텐츠인 ‘꽃방’(꽃을 소개하는 방송)으로는 전반전 시청률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전반전까지의 결과만 공개된 상태이라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게다가 생중계 당시 음향 송출이 제대로 안 되면서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했던 바. 전반전 2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것을 ‘꽃방’의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경규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눕방(눕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 말방(말타기 방송)에 이어 꽃방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누워서 생명의 존엄성만 외치던 모습만으로도 웃겼던 천생 개그맨이었으니 사실 어떤 콘텐츠를 가져왔더라도 독보적 1위 후보였다.
이날 이경규는 아무래도 꽃을 소개해야 했기 때문에 공원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야외 방송이 음향 송출에 에러를 가져올 줄은 예상치 못했겠지만, 생중계 당시 음성이 들리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내 책임 아니다”며 방송국에 책임을 물으며 버럭하는 모습이 본방송을 통해서야 제대로 공개됐다.
본방송을 통해 비로소 공개된 완전한 콘텐츠는 역시 이경규답게 재미를 살렸기 때문에 송출 에러 사태가 더욱 아쉬움을 자아낸다. 제대로 중계가 됐더라면, 이번에도 4연속 전반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지금까지 방송과 비교했을 때도 준비한 것이 많았다.
이번 방송의 핵심은 음성을 통한 것이었다. 이경규는 외워온 꽃에 대한 지식을 펼쳐놨다. 자신이 외운 꽃에 대해서만 집중해주길 종용하는 모습 자체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부르는 ‘너’훈아, ‘물망초’를 부르는 ‘주’용필 등 모창 가수들을 초대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동시에 생명의 존엄성의 연장선으로 꽃방을 봐야하는 이유를 전하며 버럭 했던 소리도 생중계 당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역시 ‘킹경규’라고 칭하는 까닭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의연하게 생중계를 이어나갔던 관록 있는 모습 때문이다. 당황해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마리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