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기억’ 이기우, 천사표 미모에 속지 마세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5.01 07: 32

 배우 이기우가 표독스러운 악역을 맡은 것은 데뷔 후 처음일 게다. 그동안 그는 착하고 바른 교회 오빠 이미지로, 깔끔한 매너를 자랑하는 브라운관 속 신사였다. 또한 한 여자에게만 잘해주는 솜사탕 같은 남자의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파격적인 악역으로 배우로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기우는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대기업 계열사 부회장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재벌 3세 신영진 역을 맡았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변호사 태석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이기우가 맡은 신영진은 겉으로 보이는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내면에는 잔인한 면모를 품고 있는 야누스적 캐릭터인데, 그를 표현하는 이기우의 연기가 꽤나 리얼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한 캐릭터로 변신해 인간미 없는 냉혹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성 편력이 심해 시도 때도 없이 갈아치우는가 하면, 안하무인의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긴다. 한술 더 떠 여자에게 손찌검도 한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기억’ 14회에서는 신영진의 악행이 극대화됐다. 박태석(이성민 분)에게 필요한 USB를 훔쳐 이찬무(전노민 분)를 이용하는 도구로 썼다.
이날 태석은 신 부사장의 수하에 의해 찬무의 아들인 이승호(여회현 분)가 뺑소니 사고의 진범이라는 대화가 녹음된 USB를 잃어버렸다. 태석은 곧바로 찬무의 짓이라고 오해했지만, 신 부사장의 행동이었다. USB의 내용을 확인한 영진은 태석의 아들을 죽인 사람이 찬무의 아들 승호란 사실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찬무의 약점을 잡아 앞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우는 뛰어난 연기로 주연만큼 빛나는 조연 신영진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연기가 아닌 마치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연기를 유감없이 펼치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데뷔 후 주로 착하디착한 인물을 맡아온 이기우는 ‘기억’에서 180도 다른 모습으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드라마 전개의 장식 역할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자기 연출에 성공해 드라마에 생기를 전해주고 있다./purplish@osen.co.kr
[사진] ‘기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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