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명장’ 이병훈 감독의 ‘옥중화’가 시청률 1위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는 평가. 다만 이병훈 감독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들에게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병훈 감독의 내공이자,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되는 식상함과 흥미로움 그 사이에서 ‘옥중화’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달 30일 첫 방송된 MBC 새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감옥에서 태어난 천재소녀 옥녀(진세연 분)와 조선 상단의 신비로운 인물 윤태원(고수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허준’과 ‘상도’라는 흥행 사극을 만든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의 14년 만의 합작품이다. ‘대장금’, ‘이산’, ‘동이’ 등을 이끌며 사극 명장으로 여겨지는 이병훈 감독이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사실 이야기는 그동안의 이병훈 감독 작품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성공, 사랑을 담는다. 남녀 주인공이 악인들로 인해 역경을 겪고 이를 극복한 후 성공하는 이야기. 이병훈 감독이 뚜렷한 권선징악과 복수, 성공의 장치를 넣어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 승리로 귀결되고 이는 짜릿한 감동과 재미가 된다.
극중에서 악인으로 그려지는 윤원형(정준호 분)과 문정왕후(김미숙 분)가 꾸미는 음모로 인해 옥녀(진세연 분)가 험난한 인생을 살 것임이 예상되고, 옥녀의 남자이자 질긴 인연의 윤태원(고수 분)과의 사랑 역시 고달파 보이는 상황. 옥녀는 성공과 사랑, 그리고 어머니를 죽게 만든 윤원형에 대한 복수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예상하고 있다. 첫 방송밖에 하지 않았지만 이 감독의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기승전결이 대강 그려지는 것.
어떻게 보면 식상하고 새로울 것이 없지만 클리셰 범벅의 드라마일지언정 이를 재밌게 느끼는 시청자들은 언제나 많다. 편안하고 익숙해서 오는 즐거움, 그리고 통쾌한 대리만족의 결말을 기대하는 두근거림이 이병훈 감독이 그동안 숱한 작품을 성공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안긴 선물이다. 동시에 누군가는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뻔한 이야기는 안방극장의 베스트셀러로서 이병훈 감독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게 하고 있다.
‘옥중화’는 불패 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로 편성돼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7.3%로 시작한 ‘옥중화’의 흥행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식상함과 흥미로운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옥중화’가 이제 막 안방극장에 닻을 내렸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