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송송커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을까? '태양의 후예'가 종영을 앞두고 있었을 때, 유시진(송중기 분)이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불사조처럼 살아나 강모연(송혜교 분)과 재회하는 판타지가 펼쳐지더라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송송커플의 해피엔딩을 기원했다. 좋아하는 드라마 속 커플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꼭 해피엔딩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새드엔딩이라 더 오래 여운이 남고 기억되는 작품들도 있다.
물론 한 작품의 엔딩을 단순하게 행복하게, 혹은 슬프게만 기억할 수는 없다. 작가들이 유독 고심했을 엔딩에는 해피나 새드가 아닌 반전이 있을 수도 있고, 열린 결말로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혹은 황당하게 만드는 여러 결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새드엔딩이라 유독 더 오래 기억되는 역대급 드라마 엔딩을 꼽아봤다.
# '가을동화'
송혜교를 주연급 배우로 만들어준 KBS 2TV '가을동화'는 2000년 방송 다시 4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윤석호 감독의 계절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가을동화'로 송혜교는 시트콤의 이미지를 벗고 여배우로 자리 잡았고, 이 작품은 후에 일본과 중국에서 한류 붐을 이끌기도 했다. 배우 원빈도 '가을동화'를 통해 유명한 명대사를 남겼다.
'가을동화'는 남매로 자라다가 알고 보니 출생 과정에서 아이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이고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준서(송승헌 분)와 은서(송혜교 분)의 사랑은 은서가 골수암에 걸리면서 더 절절해졌고, 결국 바닷가에서 은서가 준서의 등에 업힌 채 죽음을 맞았고, 준서 역시 교통사고로 비극을 예고해 제목처럼 동화 같은 작품으로 기억 속에 남게 됐다.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슬픈 결말이지만, 기적적으로 병을 치료하고 은서와 준서가 해피엔딩을 맞는 내용이 아니라 더 오래토록 기억되는 작품이다.
# '발리에서 생긴 일'
2004년 방송된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은 배우 소지섭과 조인성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조인성의 연기력을 다시 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인데, 네 젊은이들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남긴 결말이 꽤 강렬했기 때문이다.
극중 이수정(하지원 분)을 중심으로 가진 것 없는 강인욱(소지섭 분)과 부잣집 아들 정재민(조인성 분), 그리고 최영주(박예진 분)의 얽힌 애정사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결국 이 작품은 이수정과 강인욱, 정재민 세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데 당시 꽤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새드엔딩이 '발리에서 생긴 일'을 10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게, 다시 돌려보게 만드는 힘이다. 물론 당시 결말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이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2004년 겨울에 방송된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많은 폐인을 양성한 작품이다. 소지섭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 이어 다시 한 번 히트를 기록했고, 배우 임수정에게는 인생작과도 같은 작품이다. 언론에서 스포일러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화제의 작품이었는데, 2005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작품상을 수상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호주로 입양돼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 분)과 송은채(임수정 분)의 사랑 이야기인데, 무혁이 첫사랑을 지키려다 머리에 총을 맞으면서 초반부터 비극을 예고했다. 결국 생존방법을 찾을 수 있음에도 무혁은 자신의 존재도 모르는 어머니와 그녀가 자신 대신 키운 최윤(정경호 분)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무혁을 애틋하게 사랑했던 은채 역시 그를 처음 만난 호주에서 자살을 선택하며 막을 내린다. 이 역시 파격적인 결말이지만, 억지 없이 작품성을 높이는 선택으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 '아이리스'
KBS 2TV에서 2009년부터 방송된 '아이리스'는 첩보액션에 멜로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능가하는 화려한 액션과 이병헌, 김태희의 애잔한 멜로가 조화를 이뤘는데, 평균시청률 30%에 육박했다. 극중 국가안전국(NSS) 소속 대원 김현준(이병헌 분)과 최승희(김태희 분)는 참 어려운 사랑을 한다. 현준이 승희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면서 비밀연애를 시작해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였다.
현준이 비밀 세력인 아이리스의 백산(김영철 분)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고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지만 복수와 국가 안전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다. 결국 백산을 체포하면서 해피엔딩을 맞나 했지만, 둘만의 휴가를 즐기며 현준이 승희에게 줄 청혼반지를 사러갔다가 저격당해 죽음을 맞는다. 해피엔딩일 듯한 전개였지만 마지막까지 반전을 숨겨 놓았던 작품. 종영 후 극장판도 나왔는데 현준을 저격한 범인이 북측 공작원이자 현준을 도왔던 김선화(김소연 분)로 밝혀져 다시 한 번 충격을 줬다.
# '지붕 뚫고 하이킥'
김병욱 사단의 '하이킥'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은 방송 내내 큰 인기를 얻었는데, 결말 충격이 상당했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됐는데, 많은 유행어와 이로 인한 논란을 만들기도 한 작품.
결말은 이지훈(최다니엘 분)과 신세경(신세경 분)의 비극이 암시된다. 지훈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는 세경은 지훈을 짝사랑한다. 지훈은 가족과 이민을 떠나는 세경을 공항으로 바래다주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라는 세경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의 죽음이 암시된다.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시청자들이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을 정도로 이 특별한 새드엔딩의 여파가 컸다. 다만 이 분위기 있던 엔딩 장면에 곧바로 제작지원사의 로고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seon@osen.co.kr
[사진]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