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를 두른 힙합전사를 상상이나 했었는가.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에서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반전 아빠, 양동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양동근은 그간 대중이 봐왔던, 거친 랩을 쏟아내는 힙합전사가 아니었다. 아이 분유를 타 먹이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는, 영락없는 육아에 나선 아빠의 모습이었다.
물론 힙합 전사의 피는 숨길 수 없었다. 딸 조이에게 망치 장난감을 들리면서 "넌 MC 망치"라고 네임을 정해주는가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딸에게 "마이크를 씹어먹어"라는 말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힙합 전사의 '아빠'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카메라가 신기한지 바지도 입지 않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아들 준서를 잡아다가 기저귀를 채우고 딸 조이를 앞으로 둘러맨 채 준서 유치원 등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적한 공원에선 분유도 타 먹였다. 자신을 알아본 어르신 덕분에 수월하게 분유를 탈 수 있었지만 어찌됐건 초보 아빠 양동근은 딸을 알뜰살뜰히 먹이며 아빠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집안일을 하는 모습도 생소했다.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세탁기로 향해 빨래를 돌리는 양동근의 모습을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본인도 "나 진짜.."라는 말로 힙합 전사의 '가정주부'화를 신기해했다.
앞치마도 둘렀다. 이날만큼은 손에 마이크 대신 주방 세제를 들었고 설거지를 할 때는 역시 트로트라고, 강렬한 래핑보다 간드러진 트로트를 부르며 설거지를 시작하기도 했다.
딸 조이 목욕 시키는 것도 능숙하게 하며 든든한 아빠의 모습을 선보였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지만 아랑곳않고 재빠르게 아이를 씻기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
보는 이들에게도, 본인 자신에게도 어색할 법했던 아빠 양동근의 모습이었지만 양동근은 이 어색함이 기분 나쁘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힘은 들었지만 계속 즐거웠던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용쓰는 아빠만 되도 좋을 것 같다"며 좋은 아빠로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랩을 쏟아내지만 힙합 전사도 아이들의 아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빠 양동근의 모습이 앞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 trio88@osen.co.kr
[사진] '슈퍼맨'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