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피가 ‘복면가왕’에 출연해, 래퍼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날렸다. ‘진짜사나이’에서 포기를 모르는 ‘근성의 슬좀비’가 또 다시 일냈다. 이쯤 되면 인간 승리 정신 충만한 ‘편견 브레이커’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슬리피는 지난 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쿵푸하는 팬더로 출연,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반전을 안겼다. 애절한 감성의 노래를 소화했던 팬더가 래퍼 슬리피일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기 때문. 그는 정체가 드러난 후 패닉의 ‘왼손잡이’를 부르며 청량한 목소리를 뽐냈다. 안정적인 노래 실력, 그리고 래퍼다운 음률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무대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가면을 쓴 후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를 절절하게 열창했던 그가 ‘왼손잡이’를 부르며 무대 위를 흥겹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힙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슬리피는 자유분방한 래퍼 중 하나였고, 이마저도 모르는 이들에게 그는 ‘진짜사나이’ 속 ‘슬좀비’로 유명했다.
‘진짜사나이’ 시즌 2의 화제의 특집이었던 해난구조대에서 체력은 떨어지지만 무서운 근성을 보여주며 ‘슬좀비’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였다.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 슬리피는 ‘진짜사나이’에서 인간 승리 정신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울렸다. 누가 봐도 약골로 보이나, 뭘 해도 끝까지 버티는 슬리피는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았다.
‘진짜사나이’를 보다 보면 슬리피에 대한 호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랬던 슬리피가 이번에는 주종목인 랩이 아닌 노래로 무대에 올랐다. 노래 완창은 처음이라는 그는 평소 노래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슬리피는 “랩이 아닌 노래로도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을 했다.
음악 하는 아들을 반대했던 부모를 위해 ‘복면가왕’에 출연했다는 슬리피는 그의 다음 노력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각오를 남겼다. 편견을 깼기에 더욱 감동이었다. 예상 못했던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안방극장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한 슬리피의 다음 발자국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