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이가 띠동갑을 훌쩍 넘기고 있다. 삼촌과 조카뻘의 남녀 주인공이 멜로 연기를 하는 일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닌 게 됐다. 최근 들어 40대 남자 배우와 20대 여자 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이서진과 유이가 17살의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절절한 멜로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1971년생인 이서진과 1988년생인 유이는 17살의 나이차이가 난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방영을 앞둔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 역시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이가 많다. ‘딴따라’ 지성(1977년생)과 혜리(1994년생)는 17살, ‘옥중화’ 고수(1978년생)와 진세연(1994년생)은 16살 차이가 난다. ‘미녀 공심이’ 남궁민(1978년생)과 민아(1993년생)는 15살 차이다. 모두 띠동갑을 넘는 어떻게 보면 삼촌과 조카라고 해도 무방한 나이차다.
심지어 ‘옥중화’에서 고수가 연기하는 윤태원은 진세연이 연기하는 옥녀가 어린 시절일 때 처음 만나 “꼬맹이”라고 부른다. 윤태원과 옥녀의 첫 만남은 고수와 진세연이 아닌 고수와 진세연의 아역을 연기하는 정다빈이다. 그야말로 실제로 많은 나이차이가 극중에서도 반영되는 것.
멜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일은 최근 들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구성상의 이유인 경우는 거의 드물다. 배우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남녀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나이차이가 벌어지는 것.
한 관계자는 “남녀 배우들의 나이차이가 적을수록 멜로 조합이 잘 맞아떨어지고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제작 환경상 나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라고 귀띔했다. 멜로 연기를 주로 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남자 톱배우들이 대부분 다작을 하지 않아 섭외하기 어려운 게 현실. 드라마는 많은데 제작진이 원하는 젊은 남자 배우를 출연시키는 일은 늘 난항에 빠진다.
이 관계자는 "결국 활동을 많이 하고 연기력과 대중성을 갖춘 30대 중반 남자 배우들에게 멜로 연기를 맡기는 일이 많다"라면서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남자 배우들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 배우들을 섭외하는 일은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밝혔다. 그는 “여자 배우가 남자 배우만큼 폭이 넓지 않고 멜로 연기를 할 만한 배우들은 주로 영화 출연을 선호하는 분위기라 결국 남녀 배우의 나이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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