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말미 약 10분을 남겨두고 첫 등장,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집중력을 높이게 하는 연기력으로 몰입감을 높였는데, 존재감이 강렬하다. 능청스럽다가도 한 순간에 눈빛이 돌변해 목표로 하는 이의 목숨을 끊어 내는 모습은 특히나 임팩트가 강했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속 고수의 이야기다.
3년 만이다. 고수의 브라운관 복귀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할 만한 기회가 될 전망.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에 2회에서 첫 등장한 그의 모습은 이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 드라마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 고수는 넉살 좋고, 능글능글한 왈패 연기부터 복수를 다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이날 방송에서는 10분 만에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확실하게 입증해냈다.
윤태원은 팔에 수갑을 차고 죄수로 등장했다. 역시 등장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비주얼. ‘고비드’라는 별명에 걸맞은 잘생긴 외모는 죄수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수는 이를 연기력으로 커버하며 몰입감을 높여나갔다.
일단은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능글맞은 연기를 펼쳐 보이며 옥녀(정다빈 분)과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는 “칼을 좀 구해 달라. 요만한 단검이면 된다”고 옥녀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옥녀는 “칼은 안 된다. 그게 문제가 되면 감당 못한다”고 거절했다. 이게 첫 만남이었다.
태원은 거절을 당하자 다시 감방을 옮겨 달라는 부탁을 했고, 옥녀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방을 옮겨줬다. 유명한 왈패 두목이 있는 곳으로 방을 옮긴 태원은 밤중에 몰래 그를 죽여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윤태원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났다. 능글맞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왈패 5명을 순식간에 압도할 정도로 강하다. 두목을 죽이기 위해 일단은 무릎을 꿇고 그의 수하로 들어가고 한밤중에 일어나 단숨에 목숨을 끊는 모습은 태원이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이를 제대로 표현해낸 고수의 덕이 크다. 거부감 없이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가 인상적. 특히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능글맞은 모습을 선보이다가 왈패 두목을 죽이려 일어났을 때 돌변한 눈빛 연기가 압권이었다. 방송 출연 단 10분, 자신의 분량은 10분도 채 안 됐지만 그가 보여준 존재감은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
고수의 등장으로 ‘옥중화’가 보여줄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큰 기대가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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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