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신작 영화 ‘아가씨’에 대해서 아기자기하고 해피엔딩이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이 원작으로 삼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는 파격적인 설정과 반전으로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에 대해 해피엔딩이라고 못 박은 것도 심상치 않다.
박찬욱 감독은 2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아가씨' 제작보고회에 참석해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기자기한 영화이고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정말 모호한 구석이 전혀 없는 행복한 영화일까. 그동안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항상 논쟁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들을 가지고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투사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박찬욱을 깐느박으로 만든 ‘올드보이’와 ‘박쥐’ 모두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금기와 그 금기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전면에서 다루며 그 과정에서 서글픈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다뤄왔다. 이번 영화 ‘아가씨’가 원작으로 삼은 ‘핑거스미스’도 동성애라는 금기와 돈에 대한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거기에 더해 원작인 ‘핑거스미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박찬욱 감독의 선택에 따라서 수없이 많은 결말과 반전을 만들어낼 여지가 많다. 일본 만화 ‘올드보이’나 프랑스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선택했지만, 원작 소설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수상한 지점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모호한 구석이 없다고 언급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직접 세운 제작사의 이름은 모호 필름이다. 그만큼 모호한 것을 사랑하는 박찬욱 감독이 과연 해석의 여지가 없는 속시원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의심스럽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기점으로 확실히 변화한 것인지 아니면 ‘아가씨’의 파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낚시인지는 아직까지 전혀 알 수 없다. 6월에 개봉하는 ‘아가씨’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pps2014@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