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진구오빠 진구오빠 하는 것이었나. 여진구가 과연 왕재다운 카리스마와 위엄을 뽐내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배우의 끝을 모르는 성장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 11회에서는 이인좌(전광렬 분)을 끌어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잉군(여진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본디 서자 출신임이 믿기지 않는 카리스마와 위엄은 왕의 그것과도 같았다.
이날 연잉군은 연적이자 라이벌인 대길(장근석 분)에게 동료가 되자고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공동의 적인 이인좌를 물리치기 위해 함께 협업하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대길은 “호의가 호의같지 않다”라며 이를 거절하고 차갑게 뒤돌아섰다.
그렇다고 해서 멈칫할 연잉군이 아니었다. 이인좌의 죄목이 낱낱이 적힌 장부를 손에 쥐고 숙종(최민수 분)에게 금난전권 폐지를 건의했다. 호랑이라 불리는 숙종의 카리스마 앞에서도 기죽지 않은 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노론들에게도 “그만들해라. 그간 많이 해쳐먹지 않았습니까”라고 돌직구를 던지기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인좌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연잉군의 계획을 미리 알아채고 장부를 작성한 이를 죽인 것. 이에 연잉군은 크게 분노해 그에게 주먹을 휘두른 뒤 “진짜는 내 천천히 보여주도록 하지. 기대해도 좋을게야”라며 이를 갈았다.
장부를 찾기 위해 시전 상인의 말을 듣고 향한 육귀신(조경훈 분)의 투전집에는 이미 대길이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갈 길을 가자고 했던 것과 달리,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됐다. 또한 연잉군은 몸값으로 백 냥을 받은 대길에 비해 자신에게는 삽십냥이라는 낙인이 찍히자 분해하는 모습으로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이처럼 연잉군으로 변신한 여진구는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늘한 매력으로 한층 더 성장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긴 대사도 막힘없이 해내는 발성이나 딕션은 물론, 왕의 아들이라는 연잉군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는 배우이긴 하지만, 이번 ‘대박’에서의 여진구는 이전까지와 180도 달라진 모습임에도 어색함이 없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대박’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