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끔은 따뜻한 모습이 된다. ‘몬스터’에서 박기웅이 눈빛으로 캐릭터의 온도차를 선보이고 있는 것. 악하기만 한 악인이 아니라 더욱 마음이 가는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다. 박기웅만의 새로운 악인을 만들었다.
박기웅은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에서 도도그룹의 서자 도건우 역을 맡았다. 그는 도도그룹 회장과 비서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버려져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앞에는 변일재(정보석 분)가 나타났고, 그 이후부터 세상에 대한 원망을 야망으로 바꿔 도도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도건우는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야망을 드러낼 때는 냉혈한처럼 보여야 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낼 때는 반항심 어리면서도 짠한 구석이 드러나야 하고, 형제들에 대한 질투를 보일 때는 적대심과 열등감도 동시에 표현해야 한다.
이를 박기웅은 극중 주인공 강기탄(강지환 분)과 대척하는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있다. 추후 기탄과 건우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전개가 펼쳐질 터. 라이벌이란 팽팽하면 팽팽할수록 보는 맛이 있지 않은가. 각자의 사연을 통해 시청자들의 교감을 불러일으키며 극을 함께 이끌고 있다.
게다가 오수연(성유리 분)을 향한 감정이 점차 사랑으로 변해갈 것이 여러 차례 예고된 바. 수연과 함께 있을 때는 장난기 어린 모습이나 말랑해진 건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일 방송된 11회분에서는 수연에게 자신이 재벌 2세라면 만나겠냐고 떠보며 평소 건우보다 풀어진 모습이었다.
반면 도도그룹 도충(박영규 분) 회장과 그의 자녀들인 도광우(진태현 분), 도신영(조보아 분)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시간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저마다 아버지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광우, 신영 남매를 보면서 자신은 드러내서 그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표정으로 표현한 것. 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떨구는 모습은 도가네의 행복한 모습과 대조돼 더욱 마음이 쓰인 부분이다.
이처럼 박기웅은 극중 캐릭터의 여러 가지 온도를 눈빛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그때마다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