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만 잘 치는 줄 알았더니 조언 실력이 예술이다. 당구선수 차유람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현실적인 조언으로 공감을 샀다.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말이었지만 지금까지 ‘사이다’로 불리는 조언들과는 또 달랐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는 10대 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각자의 입장에서 들어보고 풀어주는 프로그램. 서로의 몰랐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자는 역지사지의 교훈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때 MC들과 게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10대 자녀나 부모의 입장 중 공감하는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방송된 51회분에서는 당구천재소녀 김예은 양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당구선수를 꿈꾸는 만큼 차유람이 게스트로 나섰다.
본격적으로 예은 양과 어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됐고, 이는 당구나 스포츠계에 해당하는 것만이 아닌 보편적으로 현재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니의 입장은 이렇다. 어머니는 인생에 있어 예은 양의 시기인 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이 시기만 넘기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진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예은 양은 현재 자기 자신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없는 시기이며 후에 자신한테 고맙다고 할 날이 올 거라는 것. 그래서 예은 양을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방송통신고등학교(방통고)라는 특수한 학교를 보냈다.
반면 예은 양의 입장은 달랐다. 방통고에는 만학도가 많았고 또래 학생은 하나도 없었던 상황. 이에 외롭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돼 당구 자체에도 흥미를 잃어가게 된 것이다.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에게 돌아오는 말은 늘 “그러면 뭐가 남냐”나 “할 거 다 하고 언제 정상 되냐”는 답변들뿐이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코치가 되고, 언니와 엄마까지 자신의 훈련을 늘 지켜보는 상황이 마치 꼭두각시 같다는 것이다.
이에 차유람은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예은 양의 입장에서 계속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어머니에게 진실된 조언을 건넸다. 자신은 스스로 자퇴하는 길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웠다는 것. 만약 예은 양도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해왔다면 괜찮지만 부모가 먼저 나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하신 부모들 많다. 스포츠계가 굉장하다. 대성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보폭을 맞춰준 자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엄마는 황새, 예은이는 뱁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출연진들의 감탄이 따라왔다.
그의 조언이 큰 공감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지금 현재 10대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갈등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부모는 황새인데 자식은 뱁새라는 표현은 아마 이 상황들을 가장 잘 비유한 표현이 아닐까. 예은 양의 가족을 위한 조언이었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모두 울린 말이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동상이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