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이었고, 가족이었다. 두 사람의 딸이 말한대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긴 시간 별거를 한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떨어져 살아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사랑 2016’은 신성일과 엄앵란 부부의 지난 1년을 담았다. 엄앵란이 암진단을 받은 후 별거 중인 신성일은 그 어느 때보다 엄앵란의 집을 자주 찾으며 살림을 합치자고 하는 상황. 3~40년 동안 떨어져 살았기에 지금 이대로 각자 사는 게 좋다고 말을 하는 엄앵란, 평생 미안하다는 소리 안 하던 신성일이 엄앵란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모습이 담겼다.
외도와 사업 실패는 엄앵란에게 마음의 병을 안게 했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신성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철부지 남자였다. 허나 엄앵란이 암진단을 받은 후 신성일은 달라졌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투탁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모습은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톰과 제리 부부일지언정 왠지 모를 감동을 안겼다. 80대 노부부는 그렇게 떨어져 살아도 서로에게 삶의 일부였다.
물론 신성일의 외도, 뒤늦은 반성에 대한 안방극장의 시선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엄앵란 역시 신성일을 완벽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현재의 삶을 이어가길 바랐다. 다만 ‘휴먼다큐 사랑’이 이들 부부의 일상을 담은 것은 그래도 사랑이고 그래도 가족이라는 시선이 많은 이들에게 존재하기 때문일 터. 사고뭉치 신성일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엄앵란과 함께 있는 모습이 익숙한 것, 뒤늦게라도 엄앵란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왠지 모를 위안이 되는 것, 우리가 늘 감동을 받는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름이 안기는 선물이다.
‘휴먼다큐 사랑’은 11년째 5월마다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올해는 신성일과 엄앵란 부부를 시작으로 5편의 이야기가 마련돼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방송. / jmpyo@osen.co.kr
[사진] '휴먼다큐 사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