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로 한때 할아버지들이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 TV를 보면 ‘지금은 할매시대’라고 해도 표현해도 될 만큼 여기저기서 할머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보고 있으면 ‘존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최근 할머니들의 활약은 드라마와 예능을 가리지 않는다. JTBC ‘힙합의 민족’과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주인공들은 할머니들이다.
‘힙합의 민족’은 8명의 할머니 래퍼들이 힙합 프로듀서들과 한 팀을 이뤄 매 경연에서 대결을 펼치고 최종 우승자가 다이아몬드를 받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전까지만 하더라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예능이었다.
그 중에는 ‘할머니들이 도대체 어떻게 랩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도 포함돼 있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그동안 힙합 프로그램은 래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오로지 젊은 래퍼들이 출연해 경쟁을 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힙합의 민족’은 무대에 올라 랩을 하는 래퍼로 할머니들을 섭외했다.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선택이었다. 출연하는 할머니 래퍼들 김영옥, 최병주, 김영임, 염정인, 양희경, 이경진, 이용녀, 문희경 등 평균 나이 65세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노래를 어느 정도하는 할머니들이 있다고 해도 랩은 불가능해 보였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힙합의 민족’은 ‘웃긴 예능’, ‘B급 예능’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힙합의 민족’은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했다. 할머니 래퍼들은 첫 무대부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저 그런 무대, 웃긴 무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머니 래퍼들의 실력은 놀라웠고 감탄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할머니들의 노력이 대단했다. 처음 도전하는 랩이 낯설고 힘들 수밖에 없는데 할머니 래퍼들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선보였다. 80세 김영옥은 랩에 처음 도전하는데 여유롭게 무대를 소화하고 특히 문희경은 ‘사기 캐릭터’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힙합 프로듀서들을 놀라게 하는 무대를 꾸몄다.
할머니 래퍼들은 경연을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 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나이 65세지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할머니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도 할머니들 군단이 출연한다.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김영옥 등 여섯 명의 할머니들이 극을 이끈다. 보통 할머니 연기자들은 드라마에서 누구의 엄마, 누구의 시어머니 등 조연 역할을 주로 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극의 중심이 됐다.
4차원 독거 소녀 조희자(김혜자 분), 자유를 꿈꾸는 소녀 문정아(나문희 분), 깡패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 쿨내나는 여배우 이영원(박원숙 분), 싱글 처녀 꼰대 오충남(윤여정 분), 긍정적인 발랑 할매 오쌍분(김영옥 분) 등 여섯 명의 할머니들이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할머니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뿐만 아니라 이들 할머니 모두 ‘믿고 보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깊고 진한 내공의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 또 하나의 레전드 드라마가 탄생될 것으로 관심이 쏠린다. /kangsj@osen.co.kr
[사진] 블링,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