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이 압도적이 공포와 유머의 156분으로 그 정체를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이 3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첫 공개됐다. 영화는 곡성이란 마을에서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 '황해'를 잇는 핏빛 스릴러로 나 감독의 단단한 장르성을 엿보게 한다. 다만 '곡성'은 추격스릴러에 초자연적이고 미신적인 존재를 더해 보다 오컬트적(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 ·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에 대한 지식이나 영화)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물흐르듯 흘러가는 줄거리 중심이라기 보다는 일련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몇몇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관객들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영화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득채운 음산한 에너지는 기분 나쁘지만 사람을 묘하게 홀리는 안개처럼 매혹적이다.
영화는 단순히 선악의 구분을 넘어 그것을 규정짓는 믿음과 의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이나 비밀스러운 여인 무명(천우희)이 클라이막스에 하는 대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만든다.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나홍진 감독과 만난 곽도원, 황정민, 그리고 천우희는 무서울 정도의 화면 장악력을 선보인다.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곽도원은 시골 경찰의 생활 연기 속 위기에서 샘솟는 절절 끓는 부성애를 완급조절해 표현함으로써 나홍진 감독의 확신과 신뢰에 응답했다.
그간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의 연타석 홈런에 심드렁해진 관객이라면 이 영화 속 무속인 월광으로 분한 황정민에 큰 만족감을 드러낼 것이다. 천우희는 분량을 떠나 중요한 키를 쥔 인물로 차분하지만 강렬하게 자기 몫을 해 냈다. 이와 더불어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연기하는 외지인은 연륜의 눈빛 연기를 보여주고 아역배우의 연기도 영화 '엑소시스트' 못지 않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경한 공간, 그 속의 핏빛 공포와 살육의 현장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 그래도 '곡성'의 미덕은 유머가 있다는 것이다. 숨죽이고 바라보다가 순간 '풉'하고 웃음이 새어나오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긴장과 이완을 조절시킨다. '좀비신'이라고 부를 만한 격투신은 이렇듯 공포와 유머가 혼재돼 전에 본 적 없는 장르적 재미도 안긴다.
12일 개봉. 제 69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nyc@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