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곡성'(12일 개봉)이 그 무자비한 에너지의 위용을 드러내며 베일을 벗었다. 언론배급시사회 후 잇따른 호평이 관객들의 관람 요구를 자극하는 분위기다.
3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첫 공개된 '곡성'은 한 마디로 관객이 '기 빨리는' 영화다. 무려 156분의 러닝타임이지만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의 악마적인 포스가 보는 이의 심장을 움켜쥔다.
영화는 곡성이란 마을에서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를 읽은 관계자들로부터 '정말 무시무시하다', '새벽에 읽는데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영화화될 지 감을 못 잡겠다' 등 범상치 않은 반응을 얻었던 바다.
뚜껑을 반쯤 연 '곡성'은 일단 평 면에서 성공적이다. 전작 '추격자', '황해'에 이어 나홍진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임을 알 수 있겠다는 반응이 많다. 15세 관람가인 이유로 나홍진 감독이 어느 정도 타협을 본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과연 이 영화가 과연 15세 수위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그 만큼 표현 이상의, 프레임 밖 공포가 있다.
'귀신들린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은 추격스릴러에 초자연적이고 미신적인 존재를 더해 오컬트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에 광기를 더한다. 곽도원은 한 아이의 아빠로 분해 미신보다 강한 부성애를 보여주고 황정민은 무속인으로 분해 스크린 위에서 굿판을 벌인다. 모든 사건의 목격자인 미스터리한 여인 천우희는 태연하지만 공포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귀신들린 아역배우는 몸을 비틀고 꺾으며 욕지거리를 하고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연기하는 외지인에게는 관객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구냐 넌.
영화는 선악구도가 분명치 않다. 귀신 대 사람의 대결도 아니다. 대신 선과 악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자 하는데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악마'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이 기분나쁘지만 매혹적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관객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뉠 것으로 보인다.
제 69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nyc@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