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이후 6년 나홍진 감독은 확실히 달라졌다. 영화 내내 관객들의 심장을 움켜쥐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유머를 기가 막히게 조합했다. 집요한 나홍진이 완급조절까지 하게 된 것. 그렇기에 15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지난 3일 언론 시사를 통해서 ‘곡성’이 베일을 벗었다. ‘곡성’의 러닝타임은 무려 156분이다. ‘황해’의 러닝타임과 똑같다. 그렇지만 ‘곡성’이 ‘황해’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곡성’이 품고 있는 유머 덕분이다.
‘곡성’은 곽도원의 영화다. 곽도원이 연기하는 종구는 세 명 뿐인 곡성 파출소의 경찰로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다. 그러면서 딸인 효진(김환희 분)으로부터 사사건건 잔소리를 들을 정도로 허술한 면이 많다. 그렇기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곽도원만 등장하면 웃음이 터진다. 웃기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상황과 캐릭터의 힘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유머가 등장한다.
한껏 움츠리고 긴장하고 있는 관객들을 웃기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호흡을 완전히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코미디를 집어넣음으로써 영화에 생기가 돌게 만들었다.
곽도원 뿐만 아니라 상당한 연기 내공을 보유한 조연들도 예상할 수 없는 코미디를 만들어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지난 3일 ‘곡성’ 시사회를 마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연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9개월 넘게 걸렸다. 정말 수많은 배우들과 오디션을 봤고 이 사람이 최선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캐스팅을 했다”고 조연배우 캐스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의 그런 자신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조연 배우들의 호연은 ‘곡성’에서 코미디와 스릴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곡성’은 끊임없이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밝을 수 없는 영화다. 그렇지만 나홍진 감독이 공을 들여 묘사한 전라남도 곡성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객들을 웃기는 코미디로 인해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거기에 곽도원을 비롯해 천우희와 황정민 그리고 아역 배우 김환희의 신들린 연기가 더해지며 ‘곡성’은 더욱 특별해졌다./pps2014@osen.co.kr
[사진] '곡성'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