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한 동정이 소통이다.”
대본이 없어도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다는, 소위 ‘최고의 말꾼’ 김제동은 ‘소통’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보다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을까.
김제동은 4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열린 JTBC 예능 ‘김제동의 톡투유’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통은 막힌 것을 뚫는 게 아닐까. 불통의 시대라는 게 역류의 시대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제동은 “요즘 한자의 재미에 빠져있다. 물이 가는대로 놔두는 게 소통이다. 저는 막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가 어느 쪽으로 흐르든 그냥 두는 게 소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기준)으로 남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것,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막는 게 아니라, ‘내가 봐도 그럴 것 같다’고 공감을 해주는 게 소통이 아닐까싶다. 감정을 무조건 공감 받고 동정하는 게 소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을 맡은 이민수 PD는 “어렵다”며 “소통이란 천천히 가는 것 같다. 저희 프로그램은 천천히 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정보가 많고 기술이 발달하면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우리는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의 차이가 더 현저하게 드러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줄어들게 된 것. 참을성이 줄어든 탓에 SNS를 통해 이야기하는 게 더 편안해졌다는 말일 수도 있다.
1년을 맞이한 ‘톡투유’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제동의 생활시사 토크콘서트를 지향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소통을 하겠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됐다. MC를 맡은 김제동의 장점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함께 걱정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김제동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자극적이지 않아서 되겠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부담을 갖고 이끌어준 제작진에 고맙다. 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제동은 “저는 자신이 있었다.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불안을 견디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진짜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굳이 직업적인 웃음을 주는 사람인 제가 끼어들지 않아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없어도 중간에서 이야기를 끊지 않으면 모두가 용기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제작진이 그것을 잘 참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C의 역할에 대해 “제가 청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분이 말할 때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바뀌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묘한 감정의 정화가 있다”고 했다.
‘톡투유’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독특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1회에서는 왜 때려, 2회에서는 쩐의 전쟁부터 33회는 다르다, 38회는 물, 39회에서는 허세에 대해 다뤘다.
김제동은 “자극적인 방송이 인기를 끄는 시대인 데다, 경쟁이 심한 방송가에서 그런 침묵을 덜어내지 않아줘서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것이다. 저는 그 침묵이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함께 공유해준 제작진이 고맙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PD는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침묵’이라고 꼽았다. “제일 처리하기 힘들었던 게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이었다. 흔히 방송에서 3초 이상 지나면 방송 사고라고 부르는데 저희는 그렇게 따지면 방송 사고를 굉장히 많이 냈다.(웃음) 3초가 시간상으로는 짧은데 느낌상으로는 굉장히 길다. 그 침묵을 편집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었다. 제동 씨의 말처럼 같이 들어주고, 느껴주는, 그 짧으면서도 긴 순간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편집하지 않으니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이 보였다”고 했다.
진정한 소통이란 정보를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들에게 그 주제를 이해시키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교섭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제작진은 1주년을 맞아 프로그램 로고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PD는 “400여건의 접수됐다. 뚜껑을 열어봤는데 굉장히 실력이 놀라웠다. 저희가 모여서 투표를 했고 작곡 5건, 작사 3건을 뽑아서 진행 중이다. 녹화중에는 한 팀씩 와서 노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김제동은 “시청자들이 '저게 우리의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오래오래 서있겠다.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서는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말했고, 이 PD는 “앞으로도 신입의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제동은 2006년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2010년 제22회 한국PD대상에서 TV진행자부문 출연자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SBS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등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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