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가 돌아와서 반갑긴 한데, 어딘가 개운치는 않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4일 오후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무엇보다 배우 전지현과 차태현을 스타덤에 올려줬던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인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던 바, 영화는 전작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은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긴 모습이다.
사실 견우의 귀환은 그 누구보다 많은 관객들이 바라왔던 바였다. '엽기적인 그녀' 속 견우는 아직까지도 회자될 만큼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때문에 견우의 16년만의 귀환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스크린 속에서 견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극 중 견우가 나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음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를 도와주고 있질 않다. 도무지 견우의 귀환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우선 '엽기적인 그녀'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한 획을 그었던 것처럼 '엽기적인 그녀2' 역시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하고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듯 싶다.
물론 새롭게 등장하는 그녀(빅토리아 분)와 견우의 사랑 이야기가 메인 줄거리이긴 하다. 그러나 전작과는 사뭇 다르다.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영화에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취직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취준생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녹록치 않은 회사 생활, 지방대 출신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들, 부당해고 등 영화에 등장하는 갈등은 단순하게 웃어 넘길 수 있을 만한 문제들이 아니다.
아시아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는 조근식 감독의 항변이 있긴 했지만 사랑은 만국 공통어라고, 차라리 두 사람의 멜로에만 치중했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중국 대사들과 일본 대사들은 '엽기적인 그녀' 특유의 색깔을 흐려버렸다. 관객들이 지금 '엽기적인 그녀' 시리즈의 일환을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전작의 그녀(전지현 분)를 비구니로 만들어버린 것 역시 전작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은 가장 결정적인 대목.
견우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보다는 조금 나이가 들었지만 견우는 그대로 견우였다. 그러나 견우의 귀환이 씁쓸한건 그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나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엽기적인 그녀2'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