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5년 전 우리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었던 ‘엽기적인 그녀’는 기억 속에 남겨뒀어야 했다. 어울리지 않는 오글거리는 컴퓨터 그래픽과 멜로와 현실 사이를 겉도는 국적불명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엽기적인 그녀2’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과거의 팬은 물론 주연배우인 차태현조차 경악하게 만들었던 비구니가 된 그녀에 대한 설정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엽기적인 그녀’의 여운을 깡그리 사라지게 한 충격적인 시작이었다.
견우를 연기한 차태현의 고군분투에도 영화의 개연성 상실을 메우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술에 취해서 전철에서 도둑맞을 위기에 처한 견우를 구해주는 액션신으로 새로운 그녀(빅토리아 분)가 등장한다. 견우는 자신을 구해준 것이 그녀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머니(송옥숙 분)가 수술로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게 되고 그 병원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인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병원복까지 입고 있던 그녀가 어째서 견우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등장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견우와 그녀가 병원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 또한 오그라드는 컴퓨터 그래픽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만남의 설렘을 사라지게 하였다.
시작은 범상치 않았지만,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견우와 빅토리아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고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로맨틱 코미디로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차태현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차태현은 엄청난 규모의 분장 쇼를 포함해서 슬랩스틱을 넘나들며 최선을 다했다. 아무래도 ‘엽기적은 그녀’에 비해 ‘엽기적인 그녀2’는 견우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견우가 짊어져야 할 몫이 더 컸다. 현실에서 시간은 15년이 흘렀지만, 영화 속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 상황이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견우의 모습을 통해 배우로서 내공을 보여줬다.
차태현과 호흡을 맞춰서 등장하는 용섭 역의 배성우도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용섭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극장 안은 웃음바다가 됐다. 다작요정이었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 배성우만의 매력이 빛났다.
11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차태현과 빅토리아 커플의 노력에 후지이 미나와 배성우가 힘을 보탰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이나 좋은 평가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엽기적인 그녀’ 시리즈가 속편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엽기적인 그녀2'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