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할리우드 영웅 무리가 극장가를 꽉 잡고 있는 이 때, 한반도에 정통성을 둔 국산 영웅이 등장했다. 홍길동이라는 친숙한 이름을 내세운 그는 전형적 영웅이었던 동명이인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불량스러운 매력을 폴폴 풍긴다. 틀을 깨는 이런 비전형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은 '명탐정 셜록 홈즈'를 세련된 사이코패스로 재해석한 드라마 '셜록'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조성희 감독)은 20년간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쫓는 활빈당 소속 탐정 홍길동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배우 이제훈이 주인공 홍길동 역을 맡았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개봉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던 작품이다. 기대감을 주는 요소는 역시 영화 자체에 있다. 언론시사회 및 일반시사회가 끝난 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다소 갈리나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은 조성희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주인공 이제훈의 활약을 칭찬한다.
그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앞두고 있는 가장 큰 적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지난달 27일 개봉 이래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선전 중이고 누적관객수 487만을 돌파하며(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승승장구 하고 있다. 같은 날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8만 2,821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고작 일주일간 거둔 성적은 눈이 부시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 역대 영화들의 오프닝 스코어를 모두 깨는 신기록을 세웠고, 400만 관객에도 빠르게 도달했으며 황금 연휴를 앞두고 2016년 가장 먼저 천만을 기록할 영화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대항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가장 큰 무기는 '국산'이라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 한의 정서가 가득한, 다소 불량하고 비뚤어진 영웅은 아이언맨 못지 않게 재밌고 친숙하다. 또 이 영웅의 직업이 탐정이라는 점은 쫄깃한 추리의 재미를 준다. 거기에 귀여운 아역 배우들의 활약은 '7번 반의 소원'이나 '과속스캔들' 같은 흥행 영화들처럼 남녀노소 폭 넓은 관객을 끌어모을 때 유리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시리즈물이 가능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즉, 2편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리즈물로 오래 사랑 받은 한국형 히어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탐정 히어로 '셜록'이 나올 수 있을까? 황금 연휴 국산 영화의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eujenej@osen.co.kr
[사진] '탐성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