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20~30%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전날 TV를 보지 않으면 친구들끼리 대화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볼거리가 정말 다양해 TV 앞을 떠난 시청자들이 많지만 두자릿수 시청률이 당연하던 그때는 참 웃긴 예능이 많았다. 다양한 취향에 따라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이들이 많은 요즘과 달리 그땐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유행어가 많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정말 재밌게 봤던 다시 보고 싶은 전설의 예능, 큰 인기를 누렸거나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신선했던 프로그램을 모아봤다.
# 스타 탄생의 산실, ‘동거동락’(2000년~2002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은 사자성어인 동고동락을 ‘동거동락’으로 잘못 알게 만든 문제적 프로그램이었다. 스타들이 게임을 하고 함께 잠을 잔 후 새벽에 깨어나 노래 완곡 게임을 하는 구성. 잘생긴 팀과 못생긴 팀으로 구분해 한 명씩 떨어지는 서바이벌 형식이었다. 당시 탈락자가 논란과 화제가 될 정도로 프로그램은 인기였다. 얄밉게 진행과 고정 멤버를 함께 하던 유재석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은 후 탈락했다. 이후 멤버가 아닌 진행자로서 맛깔스러운 진행을 책임져 국민 MC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재석 특유의 재치 있으면서도 장난 넘치는 진행은 ‘동거동락’에서 완성됐다. 독특한 어휘를 활용하던 이범수, 열심히 운동을 하며 경쟁을 펼친 까닭에 추후에 병역 논란이 생겼을 때 더 큰 비난을 받은 유승준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됐다. MBC ‘무한도전’이 가끔 패러디를 할 정도로 ‘동거동락’은 지금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조상이자 교본 같은 존재다. 퀴즈를 풀고 스타들끼리 경쟁을 하며 농담 따먹기 속 재미를 만드는 구성, 그 속에서 예능인들의 캐릭터가 살아났다. 방석 퀴즈와 철가방 문제가 이 프로그램의 ‘시그니처’였다.
# ‘쿵쿵따’, 강호동·유재석·이휘재, 미친 라인업(2002년)
지금은 볼 수 없는 ‘미친 라인업’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한 코너였던 ‘MC 대격돌, 공포의 쿵쿵따’는 2002 한일월드컵만큼이나 전국에 ‘쿵쿵따’ 열풍을 일으켰다.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김한석이 이지연 아나운서의 진행 속에 끝말잇기인 ‘쿵쿵따’ 대결을 펼쳤다.
내부반, 목욕탕, 축구장 다양한 세트 배경 속에 네 명의 절친한 스타들은 사생활 폭로와 벌칙 대결을 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세 사람만 모여도 끝말잇기 대결을 할 정도로 프로그램은 인기였고, 이들이 외쳤던 구호인 ‘꿍스꿍스’는 유행어가 됐다. 그때는 유재석을 괴롭히는 장난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강호동, 깐족거리면서 강호동에게 맞서며 웃음을 안겼던 유재석. 두 사람의 싸움을 부추기는 이휘재, 세 사람의 농담을 절충하는 김한석의 조합은 웃음기가 가득했다. 끝말을 잇지 못하는 일명 ‘한방 단어’가 시청자 제보로 쏟아질 정도였고, 기상천외한 벌칙을 받는 멤버들과 벌칙을 수여하는 ‘최코디’ 최종훈의 모습도 웃겼다.
# 강호동vs유재석, 국민 MC들의 대결(2003년~2006년)
‘X맨’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양 팀의 팀장을 맡아 대결을 벌이는 구성. 게임을 벌인 후 그 팀의 패배를 이끈 ‘X맨’을 찾는 방식이었다. 김종국과 윤은혜라는 지금으로 말하면 ‘가상 커플’을 만든 ‘당연하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여자 선수들의 씨름 대결로 인해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스타들의 말문이 막히게 게임을 하는 ‘당연하지’는 전국 수학여행의 단골 게임이 됐다. 여기에 남녀 스타들이 함께 하는 말타기와 장기자랑 무대가 화제가 됐다. 인터넷이 활발해지던 시기, 유재석을 괴롭히며 재미를 만들던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로 인해 강호동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던 재미가 있었다. ‘X맨’의 쇠락 시기 ‘무한도전’이라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태동했고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에서 야외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가 흐름이 확 바뀌었다. ‘X맨’은 큰 인기를 누린 스튜디오 예능의 마지막 주자나 마찬가지였다.
# 환장의 커플 유재석과 이효리, ‘패밀리가 떴다’(2008년~2010년)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자들이 시골에서 생활하며 게임을 하는 구성. 당시 최고의 섹시 스타였던 이효리의 민낯과 털털한 매력이 프로그램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국민 남매’ 유재석과 이효리가 시도 때도 없이 말싸움을 하고 윤종신이라는 깐족거리는 예능인의 탄생, 귀여운 막내 빅뱅 멤버 대성, 조금은 지식이 부족해도 친근했던 이천희 등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타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농담을 하고 친근해지는 과정, 여기에 게스트가 함께 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의 웃음 충돌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그 여론이 프로그램을 휘청거리게 하는 시기 인기를 끌었던 예능이라 대본 논란부터 출연자 욕설 논란, 조작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인기만큼이나 시끄러웠던 이 예능은 유재석과 이효리라는 대상 수상자를 탄생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이 예능프로그램을 끝으로 여자들이 주목을 받는 예능프로그램이 사라질 정도. 이효리가 여자 출연자들을 부각시키고 스스로도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 문제적 예능, ‘뜨거운 형제들’(2010년~2011년)
그야말로 문제적 예능이다. 앞서 언급된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은 많이 낮지만 당시 방송가에 일으킨 파장은 엄청났다. 아바타 소개팅을 내세웠던 이 프로그램은 탁재훈, 박명수, 박휘순, 토니안, 사이먼디 등이 출연했는데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구성으로 이 프로그램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 소개팅을 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이 달라 요상한 말들이 쏟아지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는 예능프로그램도 고상해야 한다는 엄숙주의가 남아 있던 시기. 품격이 떨어지는 구성이라는 ‘어르신들’의 지적이 많았다.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선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방송됐더라면 색다른 시도로 더 큰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요즘도 예능프로그램에서 ‘뜨거운 형제들’의 코너를 패러디하는 일이 있다. 당시에는 중장년층을 사로잡지 못해 시청률이 낮았고, 결국 폐지됐지만 19금 농담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지고 기존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신선한 예능인이 나와 농담을 하는 과정이 웃음이 넘쳤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