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은 원래 멜로에 강했던 연기자였다. ‘다모’, ‘연인’, ‘불새’, ‘이산’ 등 굵직굵직한 대표작도 여럿 보유한 믿고 보는 ‘케미스트리’(조합)의 주인공. 그랬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예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나영석 PD에게 납치를 당하면서부터다.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하나 만든다고 해서 따라갔던 정선에서 탄생한 ‘삼시세끼’까지 예능에서도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물론 예능으로 솔직한 매력을 드러내기는 특히 멜로에 강했던 배우로서 쉽게 도전할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영석 PD와 함께하면서 독특한 캐릭터를 얻고 예능 대세가 된 바. 초반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나영석 PD라면 믿고 맡긴다는 그다.
이서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지난달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에서도 나영석 PD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극중 김광규와 동갑으로 등장했던 설정이 바로 그것. 이에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예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서진과의 일문일답.
-극중 김광규와는 끝까지 ‘삼시세끼’ 케미스트리(조합)였다.
일단 광규 형을 섭외한 것도 저랑 친해서 한 거다. 사실 전 처음에 광규 형을 제 동생으로 설정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너무 안 어울릴 것 같았다. 광규 형과 동갑 설정은 나영석 PD 아이디어다. 예전에 나영석 PD가 저랑 광규 형하고 쌍둥이로 나오는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심지어 광규 형이 동생이다. 그걸 ‘결혼계약’ 김진민 감독님에게 얘기했다가 극중 친구로 나오게 된 거다.
-어떻게 예능을 통해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을 했나.
로맨틱한 연기를 주로 하는 건 실제론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역할도 맨날 우울한 걸 하지 않나. 출생의 비밀이 있고 사생아다. 저는 제대로 태어난 아들을 해본 적이 없다. 아픔이 있는 역할을 주로 했더니 예능을 통해 평소에 제가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었다. 재밌다고 생각한다. 아예 코미디 연기는 인생 자체가 코미디 같아서 별로 안 댕긴다.(웃음)
-예능은 주로 본인이 선택하나, 회사가 선택하나.
회사다. 예능은 제가 아는 게 없으니까. ‘꽃보다 할배’는 속아서 갔는데 처음엔 안 될 줄 알았다. 잘돼서 그 이후로 여행을 몇 번을 가고 그러면서 나PD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당시 도착하고 3~4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나중에 편집하고 나PD가 전화로 대박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더라. 잘 안 됐으면 회사에 뭐라고 했을 텐데 이젠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예능은 그냥 믿고 맡긴다.(웃음) 그 다음엔 힐링프로 하자더니 ‘삼시세끼’ 찍은 거고. 그것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잘됐다. 나PD는 정말 ‘이런 것도 되겠어’하는 것도 되게 만든다. 이젠 개인적으로도 PD와 배우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믿고 따르는 형동생 사이가 됐다.
-이번 KBS 예능 ‘어서옵쇼’를 통해 MC로 나선다.
KBS에서 작년부터 저에게 적극적으로 콜 해주셨다. 사실 전 스튜디오 녹화를 해본 적도 없고 진행도 못하는데, 이렇게까지 원해주시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제가 맡은 프로니까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금요일 밤 편성인데 나영석 PD가 주로 하던 시간대와 겹치지 않나. 나PD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드라마 촬영하면서 나영석 PD랑 만난 적이 없어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제 개인적인 것 때문에 프로그램 시간을 옮길 수는 없지 않은가. 직접 얘기한 건 없고 저희 사무실이랑 얘기해본 적 있다는데 하라고 추천해줬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하고 싶었던 건 없었나.
생각해본 적 없다. 고생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다른 예능에 출연할 욕심은 아예 없다. MBC ‘무한도전’에도 제7의 멤버 후보로 한 번 나가지 않았나. 당시 ‘무한도전’ 작가가 예전에 ‘꽃보다 할배’ 작가를 해서 얘기가 된 거라던데 저는 안 맞을 것 같았다. 그냥 어떠한 예능을 봐도 저와 안 맞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예능 안에 이서진 캐릭터가 살아있는 이유는?
나영석 PD는 오래하다 보니까 편한 거다.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알아서 편집해서 내보낼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정말 편하게 녹화한다. 아마 그대로 나가면 50% 이상은 방송에 못나가지 않을까.(웃음)
-요즘에는 요리 열심히 하나.
‘삼시세끼’ 이후로 요리를 더 안하게 됐다. 요리가 더 하기 싫어졌다. 요즘 냉장고엔 아예 아무것도 없다. 물론 ‘삼시세끼’에서도 제가 요리보다는 재료준비를 주로 도맡았지만. 운동선수가 어릴 때 운동 많이 하면 은퇴하고 운동 안하지 않나. 제가 딱 지금 그런 마음이다. 사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섭외도 왔는데 가면 할 수 있는 요리는 아무 것도 없는 거다. 물하고 맥주밖에 없으니 민폐가 아니겠나.
-앞으로 나영석 PD가 어떤 방향으로 예능을 데려갈 것 같나.
이젠 안속이지 않겠나. 제가 보기엔 이젠 오늘 한 번 만나자고 해놓고 ‘가면 돼’라고 얘기하고 데려갈 것 같다. 저한텐 아마 당연히 그럴 거다.
-끝으로 절친한 동생 이승기 면회는 갈 건가.
곧 첫 휴가 나올 거다. 지금은 훈련기간이다. 들어보니 군대에서 낙하산도 타고 그런 것 같다. 군기 바짝 들어서 전화하면 ‘단결’ 외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