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품을 선보였지만, 다시한 번 새롭다. 혹시 황정민이란 배우에 심드렁해진 관객이 있다면 영화 '곡성'(12일 개봉)이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지난해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에 이어 '검사외전'까지. 쌍천만은 물론 불가능할 것만 같은 4연타를 이뤄낸 황정민은 충무로 대표 '열 일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본격적으로는 영화 '신세계'부터 스 포문이 열렸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는 관객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성과 상업적인 티켓파워 스타성을 입증하는 것이자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서의 근성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주 나오는 만큼 이미지 소비가 커져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있는데, 실제로 배우들 중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장르적 폭이 크게 넓다고는 할 수 없기에 이런 우려를 더한다.
하지만 '검사외전'까지 보며 황정민의 패를 다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곡성'이 그 생각을 바꿔줄 만 하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무려 조연이다. 실제로 분량 자체도 객관적으로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의 주요 캐릭터이지만 철저히 주연 곽도원(종구 역)의 주변 인물이다. 그러나 무속인 일광 역을 맡은 황정민은 등장에서부터 관객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 하나로도 그간의 황정민을 잊게 만드는데, 무속이 캐릭터 역시 전형적이지 않아서 '정말 본 적은 없지만 진짜로 있을 것 같은' 포스 넘치는 인물을 선보인다.
황정민은 이에 대해 "황정민이 무당 역할을 맡아서 하나보다가 아니라 무당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저를 모르는 관객들이 저를 무당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숙제였다"며 "신들린 연기를 한다는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라고 전했던 바다.
스크린에서 한 판 굿을 벌이는 황정민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신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는 추격스릴러에 미신적이고 초자연적인 장르를 입힌 이 오컬트적인 영화에도 신기하리만큼 녹아들어 에너지를 뿜어낸다.
해당 신에 대해 그는 OSEN에 "나홍진 감독이 굿을 하는 장면에서 새벽녘 배경을 고집했는데, 화면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기하는 그 순간은 정말 빙의한 느낌이였다"라며 당시 현장의 전율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다. 참고로,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다양한 캐릭터로 진부함을 벗어나는 것, 비교적 장르적 선택에 열려있는 것, 그리고 분량에 연연하지 앟는 것은 열 일 하는 배우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곡성'의 황정민은 그리고 그 모범사례라 할 만 하다. / nyc@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