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는 1980년대를 살아가던 인간 군상을, 좁게는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요? 허균의 ‘홍길동전’ 속 홍길동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에는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어린 배우는 홍길동(이제훈 분)과 함께 극의 주축을 담당하는 아역 김하나고, 제일 나이가 많은 배우는 1940년생인 박근형입니다. 나이가 적은 배우들은 대선배를 어려워할 것이고, 노배우는 어린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탐정 홍길동’의 촬영 현장에는 이 같은 힘듦은 없었다네요.
지난 25일 열린 ‘탐정 홍길동’의 기자간담회에서 주연 이제훈은 “박근형 선생님은 TV에서도, 영화에서도 많이 뵀던 분이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벅찼다”며 “한참 나이가 많으시고 경력도 엄청나신 분이지만 촬영장에서 만큼은 저보더 더 열정적이셨다”고 대선배를 향한 존경과 찬사를 동시에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극 중 김병덕 역을 맡은 박근형의 투혼을 언급했는데요. 이제훈은 “박근형 선생님께서 바닥에 앉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장면이 있는데, 바닥이 굉장히 찼다”며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는 편하게 계셔도 되는데 계속 맨발로 바닥에 누워 의지를 보이셔서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습니다. “열정을 갖고 연기하시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고 이 자리를 빌려 영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감독이 아역배우 에이전시 사진만 보고 첫눈에 반해 캐스팅을 결정했다는 말순 역의 김하나와는 어땠을까요. 이제훈은 “아이들을 만나서 불편한 동행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을 멸시하고 악랄하게 대해야 했다”며 “아이들이 몹시 사랑스러워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촬영 들어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역과 노장의 중간에서 이제훈은 어려움보다는 행복함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김성균과도 호흡이 잘 맞았던 듯합니다. 이제훈은 “성균이 형이랑 연기할 때 싸움을 잘 하고 멋지게 나와야 하는데 한 대도 못 때리고 두들겨 맞는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터뜨려 회장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김성균 역시 “촬영을 하며 굉장히 신났고, 현실의 저는 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극 중 제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잘 맞아주셔서 재미있었다”며 “제게 초능력이 있다고 착각할 정도”라며 즐거워 했죠.
‘탐정 홍길동’ 제작진과 출연진에게는 엄청난 나이차도 숫자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훈훈했던 간담회의 공기가 이를 방증합니다. 촬영 현장도 이 같이 따뜻했을 듯하네요.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는 다음달 4일 극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osenstar@osen.co.kr
[사진] ‘탐정 홍길동’ 스틸컷,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