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불참러’ 이제훈이 프로 수준의 예능감을 뽐냈다. 워낙 유머감각이 없어 팬들은 그를 ‘할배’라고 불렀고, 이에 예능 프로그램에 ‘불참’해온 모양이다. 그런데 ‘해피투게더3’에서는 달랐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는데, 그 모습마저 매력으로 어필 됐다.
얌전히 방송하고 오라는 회사의 당부는 시작부터 무너졌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올킬남녀’ 특집에 출연한 이제훈은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날 방송에서 이제훈은 배우 문희경 김성균, 걸그룹 에이핑크 김남주 정은지와 함께 출연해 프로그램을 꾸몄다. 이제훈은 방송 초반부터 예능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자랑했다. 그는 “팬들이 유머감각이 없는 저를 ‘할배’라고 부른다”며 억울해했고, “회사에선 얌전히 방송하고 오라고 했는데 내적갈등이 심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간의 작품들 때문에 진지한 남자로 오해받던 이제훈은 꽤나 유쾌한 남자였다. ‘여수밤바다’를 감미롭게 부르다가 트로트로 변경, ‘꺾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카메라를 향해 애교를 마구 날리며 끼부림까지 시전했다.
댄스본능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제훈은 “대학교 시절 힙합 댄스동아리였다”고 밝히며 즉흥댄스를 선보였는데, 잘 추는 것 같으면서도 묘한 어색함이 흘러 웃음을 더했다.
입담도 ‘핵노잼’은 아니었다. 평소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전자음악을 즐겨 듣는다던 이제훈은 “G-Park(박명수)의 음악도 들어봤지만 못 듣겠더라”는 농담을 하거나 “에이핑크를 아느냐”는 질문에 "두 분을 안다. 정은지씨와 그 누구더라"며 뜸을 들이다 “김남주씨?”라고 농담했는데, 능글맞기 까지 했다.
이제훈의 다소 엉뚱한 모습에서 유재석은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해 끄집어 내기도 했다. 이제훈은 자신의 취미를 묻는 질문에 “DVD 모으기”라며 “5년간 60장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를 놓친 유재석이 아니다. 그는 “나 보다도 적다”고 말했고, 이에 MC들은 “한 달에 한 장 모은 거냐”고 거들었다. 그러자 이제훈은 “편집하겠다”면서 “80장”이라고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훈의 활약은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도 이어질 전망. 그는 8일 방송되는 SBS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 꾸며지는 ‘답정NO 레이스’ 특집에 출연한다.
이 방송에서 역시 이제훈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차가운 수영장에 입수하는 가혹한 신고식을 치른 것은 물론 사기듀오 이광수-하하를 감쪽같이 배신하며 新사기 캐릭터로 등극했다고.
그가 보여준 매력이 좀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노력’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부 배우들이 다소 말을 아끼고 몸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편함을 자아냈던 것과는 달리 이제훈은 웃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알아서 망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확실하게 호감을 샀다.
진지한 배우 이제훈이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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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투'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