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인데..."
하물며 1년째 고정 출연 중인 방송인 김구라도 실루엣 예고로 얼굴과 몸을 가려버리는 제작진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생방송 출연자가 잇따라 공개되며 기껏 제작한 실루엣 예고를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마리텔’은 스타들의 개인방송을 구성으로 하는 프로그램. 제작진은 파일럿과 첫 방송을 제외하고 출연자들을 실루엣으로 공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밌는 숙제를 내주고 있다. 심지어 1년째 출연 중인 김구라도 실루엣 예고를 통해 출연이 공개된다.
귀신 같은 눈썰미의 소유자인 시청자들은 단 번에 출연자를 알아낸 후 인터넷 게시판에 출연자 추측글을 올린다. 분명히 추측인데 100%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제작진이 아무리 본 적 없을 사진으로 실루엣을 만들어도, 생판 처음 보는 출연자일지언정 정답은 언제나 등판한다. 이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지난 1년간 즐겨온 하나의 놀이다. '복면가왕' 7연승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모 가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누가 그 가수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마리텔’은 다른 인기 프로그램에 비해 출연자가 사전에 공개되는 일이 손에 꼽힐 정도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사전에 출연 정보를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이를 지키고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실루엣 예고를 제작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숙제를 내주며 추리하는 재미를 높인다. 허나 간간히 실루엣 예고가 아닌 보도를 통해 출연자가 알려지는 경우가 생기고 그때마다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확인해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이미 제작된 실루엣 그림이 소용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 편집을 하는 조연출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사전에 보도로 출연자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MBC 예능본부 내부에서도 최소한의 공유를 하고 있다. ‘마리텔’의 한 관계자는 최근 OSEN에 “출연자는 우리 프로그램 제작상의 비밀”이라면서 “출연자가 사전에 보도로 알려졌다고 해서 우리가 출연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방송으로 확인해달라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가 없다”라고 난감해 했다.
오는 8일 진행되는 생방송은 이미 2개의 방을 채우는 출연자가 공개됐다. 필라테스 강의를 보여준 양정원, 그리고 손재주가 뛰어난 레인보우 재경과 지숙이다. 여기에 사전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출연이 확실한 김구라까지 더하면, 5개의 방 중 벌써 3개의 방이 알려진 상태다. 안타깝게도 실루엣 예고를 편집하는 ‘마리텔’ 제작진의 수고는 이미 허탕이 됐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