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작가 "4년째 정글行,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인터뷰②]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5.06 14: 00

정지혜 작가는 2013년 사바나 편을 시작으로 햇수로 4년 동안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이끌고 있다. 40여명의 스태프 중에서 여자는 많아 봐야 5명 정도. 남자들도 힘들다고 하는 정글에서 똑같이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다. "비를 몰고 다니는 작가"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비가 온다고 말하는 정지혜 작가에게 4년간 동고동락한 '정글의 법칙'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에 파푸아뉴기니 편의 여자 특집 첫 방송을 앞두고 정지혜 작가를 만나 여자 작가로서의 힘든 점과 의미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2013년부터 '정글의 법칙' 작가 일을 했는데 시작할 때 어땠나.
"사바나 편부터 함께했는데 열대 우림이 아니라 건조한 곳이었다. 그래서 모기도 없었다. 물론 피 빨아 먹는 파리도 있고 맹수들이 있는 사이에서 잠을 자야하기도 했지만 날씨와 같은 환경은 좋았다."

- 가장 힘들었던 곳은 어디었나.
"사모아다. 비가 끊임없이 왔다. 비가 한 번 내리면 촬영도 힘들 뿐더러 계속 비를 맞아야 하니까 저체온증이 와서 컨디션이 저하된다. 그러면 생존이 힘들다. 비가 하루 이틀 정도 오고 말면 다양한 환경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데 촬영 내내 비가 오면 많이 힘들다. 그리고 장비도 많이 안 좋아진다."
- 햇수로 4년. 힘든 부분도 굉장히 많을텐데 그럼에도 '정글의 법칙'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처음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낀 건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촬영이 힘들긴 하지만 갈 때만큼은 설레고 신났다. 아프리카, 브라질과 같은 곳의 환경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고 새롭고 매력적이라 일을 하게 됐는데, 지금은 솔직히 사람 때문에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스태프들과 정말 잘 맞는다."
- 이번 여자 특집은 좀 다른 점이 있었나.
"스태프 40명 중 여자가 많으면 4~5명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10명 정도였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여자들이 많아지니까 덜 낯설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 첫 촬영 때는 여자가 3명이었는데, 그래서 더 돈독해지는 건 있더라. 사실 여자 출연자가 옷을 갈아입거나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 할 때 여자 작가가 무조건 같이 움직인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런데 이번엔 여자 출연자가 5명이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다 하더라. 오히려 남자 스태프들이 피했는데, 그런 점이 좀 달랐던 것 같다."
- 정글을 워낙 오래 다니다 보니 직업병 혹은 후유증도 생길 것 같다.
"막내 때 빼고는 계속 야외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생존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정글 답사를 가면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일상 생활을 할 때도 아파트 앞 나무에 뭐가 달려있으면 그게 뭔지 보게 된다. 이건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휴가 때 휴양지로 놀러 갔을 때도 그냥 나무와 풀로 보이지 않는다. 바다 안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나, 먹을 게 있나, 수온이 높아서 물고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또 과일 주스를 시킬 때 사람들은 모루는 음료도 많은데 저는 정글에서 봤던 거라 오렌지, 망고 먹지 말고 다른 걸 먹으라고 알려주곤 한다.(웃음)"
-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다면?
"저는 나이 있으신 맏형들이 좋았다. 정만식, 박준형, 장현성, 이원종 씨 등 맏형 분들이 좀 든든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 분들이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앞에 나서서 으쌰으쌰 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주는 분들이다. 그 분들에 따라서 동생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내려가기도 하고 그런다. 또 굉장히 인간적인 분들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