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주년이다.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매주 한 편씩, 1시간 20분 가량의 분량을 만들어 냈다. 그간 단 한 번을 식은 적 없던 대중의 관심 속에서, 이제는 지칠 법도 했다.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의 이야기다.
김태호 PD는 6일 인스타그램에 “어린이날도 어제가 된 이 시간.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하고”라며 현재의 심경을 고백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김태호 PD는 “애써 해도 티가 안 나고. 다들 ‘누구’가 알아서 해 줬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그 ‘누구’가 바로 ‘나’인 것 잘 알고”라며 “환하게 불 켜진 예능 본부 회의실, 편집실 안에 계신 PD분들. 작가님들 마음은 다 비슷할 듯”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무한도전’과 ‘NO ANGER’를 해시태그로 걸기도 했다.
김태호 PD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대표적 연출자다. 때로는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치룬 후의 불만, 또 때로는 6개월 간의 파업 이후 복귀 소감 등 ‘무한도전’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성실히 공개해 왔다. 가끔이지만 강연이나 세미나 등에도 참석해 ‘무한도전’ 뒷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자막과 내용을 통해 ‘무한도전’에 가해지는 비판을 반박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그의 심경 토로는 좀 달랐다. 김태호 PD 개인의 고충이 녹아 있는 글이었다. 직장인으로서 겪는 그의 비애에 먼저 공감할 테고, 가장 사랑받고 동시에 가장 미움받는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가 갖는 부담감에 안타까움이 들 터다.
툭 하면 온 인터넷상 여론이 들끓고, 뻑 하면 출연진 하차 요구가 빗발친다. 수개월을 준비한 기획들은 ‘관계자’의 입을 통해 흘러 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애정 어린 시선 만큼 비판적 시선도 따갑다. 이 모두를 11년간 버텨냈으니, 힘든 티를 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제 대부분이 시즌제로 바뀐 예능계 판도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장수 버라이어티쇼다. ‘무한도전’의 팬들 말마따나 김태호 PD와 출연진이 지금보다 더 ‘오래오래 해 먹는’ 모습이 궁금하다. ‘무한도전’을 만드는 이들과 지켜 보는 이들이 그의 고충을 알고 그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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