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코 끝이 시큰해지는 단어가 바로 ‘가족’이다. 평소에는 죽자고 싸워도, 잠깐만 돌이켜보면 애틋함이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온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에 담긴 감정이 비단 뭉클함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힙합의 민족’에서 풀어낸 가족에 대한 다양한 심상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에서는 ‘가족’을 주제로 8인의 할미넴과 프로듀서들이 펼친 세미파이널 경연 현장이 전파를 탔다.
이날 공개된 것은 다섯 팀의 무대였다. 이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주제를 풀이해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먼저 양희경과 피타입이 각자 아들과 아버지를 대동해 꾸민 ‘집밥 블루스’에는 가족들이 으레 느낄 미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감동적인 가사에 노래를 하는 이들도, 듣는 이들도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쳐내기 바빴다. 양희경은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밥 밖에 없었다”는 애환을 털어놔 공감을 샀다.
국악을 포기하고 온전히 주제에만 집중한 김영임X딘딘 팀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가족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들을 가사에 녹여내 밝은 곡을 완성했다. 무대를 마친 김영임은 “사실 남편하고 결혼 생활 38년차인데 스킨십을 한 번도 못해 봤다. 그런데 아기 낳고 뭐 그럴 때는…”이라고 폭탄 고백을 해 경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장 신선한 해석은 문희경X송민호 팀의 ‘가족 디스’였다. 주제를 받아 든 문희경은 “딸이 고1인데, 중2 때부터 상전 모시듯이 살았다. 그 스트레스를 딸 디스로 해소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두 사람 특유의 강렬함과 현란한 래핑이 새로운 접근과 맞물려 가히 ‘역대급’ 무대를 탄생시켰다. 누군가에게는 가족보다 더 애틋할 반려동물들을 다룬 이용녀X치타 커플 역시 깜찍하고 상큼한 무대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매력을 유감 없이 발산했다.
최고령 할미넴 김영임과 최연소 프로듀서인 주헌 팀은 할머니와 손자 간의 정을 무대에서 폭발시켰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해 외치는 것 같은 주헌의 래핑과 낮게 감정들을 읊조리는 듯하다가도 이내 세상 모든 손주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김영임의 모습이 길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할미넴과 프로듀서들의 무대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족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재조명할 수 있게 했다. 이제는 가족을 떠올려도 눈물 만큼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듯하다. 다음 경연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얼마나 다채로운 해석들이 쏟아질 지 기대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힙합의 민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