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를 통해 만난 사이지만, 무지개 회원들은 서로를 단단히 연결하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가 됐다. 혼자면 또 어떻겠냐만은, 가끔은 혼자가 서글플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때마다 각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무지개 회원들의 모습은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다양한 이유로 프로그램을 떠난 멤버들과도 아직까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미 혼자가 아닌 혼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이의 싱글 라이프가 공개됐다. 바로 윈디시티의 김반장이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북한산 중턱에 살고 있는 김반장의 도심 속 전원생활(?)이 공개됐다.
일터인 홍대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내려서도 길고 긴 골목을 걸은 후 무려 76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김반장의 집은 고층 아파트에 둘러 싸여서도 전혀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새벽 여섯시, 새소리와 함께 시작한 그의 일상은 해가 다 저물고 까만 밤이 찾아올 때까지 분주하게도 흘렀다.
오전에는 아침을 공들여 지어 먹었다. 흐드러진 벚꽃 나무 사이에서 연잎차를 마신 뒤 직접 가꾼 텃밭에서 머루며 냉이 같은 봄 채소들을 땄고, 딱 한 끼 분의 쌀로 밥을 지었으며 이를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슬로우 라이프 같은 인상이었다.
김반장은 홀로 있는 공간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흥이 넘쳤다. 그야말로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다. 밥을 지을 때 꽹과리를 치는가 하면, 쉴 새 없이 즉석 작사작곡을 해서 노래를 불렀다. 오죽하면 스스로도 하루의 중간중간 명상을 하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움직인다. 쉴 틈을 줘야 한다”고 했을까.
오후에는 훌쩍 지붕 위로 올라가 이불을 널어 놓고는 햇볕과 함께 낮잠을 즐겼으며, 동네 시장에서 사 온 모종을 텃밭에 심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과 대문에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중간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그 긴 76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달원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느덧 밤이 깊었지만 김반장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 고기 파티를 벌인 것이다. 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삼촌, 저 왔어요”라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물론, “우리 아들이 요즘 너무 게임을 많이 해서 걱정이다. 김반장이 가끔 전화 좀 해 달라”는 요청을 스스럼 없이 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김반장은 이들에게 식사와 노래, 그리고 따뜻함을 선사했다.
김반장의 조용하면서도 바쁜 하루는 많은 가치들을 담고 있었다. 짜여진 시간표대로 맞춰 살던 와중에,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그의 삶은 잠깐의 쉼표조차 아까워 하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터다. 막상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김반장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려고 한다면 하루를 못 버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끔은 온전히 홀로 됐다가도, 금세 혼자가 아닌 양 자신이 있는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김반장의 깜냥만은 어떤 대안적 삶의 모범과도 같은 것이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