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시리즈를 보다 보면, 예능인 강호동의 변치 않은 모습과, 세월이 흘렀기에 변한 모습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인 ‘신서유기’ 속 강호동은 국민 예능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던 ‘1박2일’ 때보다는 온순하고 부족한 구석이 더 많아져서 웃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웃기기 위해 동생들에게 져줄 때가 많고, 새 멤버인 안재현의 재밌는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강호동은 변했고, 동시에 변하지 않았다.
‘신서유기’는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 1 멤버들과 안재현이 함께 하는 구성.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 등 그때 그 시절의 제작진이 뭉쳤다. ‘신서유기’ 시즌1이 이승기가 함께 했다면, 시즌2는 군복무 중인 이승기를 대신해 안재현이 막내다. 안재현은 스스로 강호동과 ‘1박2일’, ‘신서유기’에게 배웠다는 반칙과 묘수로 형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요물 막내로 활약 중이다. 여기에는 안재현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반칙을 부각하는 강호동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강호동은 안재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웃음을 보이거나 격한 반응을 하며 ‘리액션 부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중. 강호동의 격한 ‘리액션’에 따라 안재현은 재치 있는 예능인으로 재탄생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예능인들의 캐릭터를 잘 끄집어내고 특유의 풍부한 ‘리액션’으로 강조하는 강호동. 안재현은 그렇게 이승기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우고 있다.
안재현이 이수근과 은지원의 얼굴에 낙서를 하기 위해 매직펜을 숨겼을 때 격하게 칭찬을 하며 놀라워 하는 강호동 덕에 안재현은 일단 제몫은 하는, 심지어 의외로 예능감이 있는 막내로 급부상했다. 강호동이 자신이 뒤로 빠져 안재현을 위해 판을 신명나게 깔고 관객을 끌어모은 것. 언제나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간판 진행자로서 해왔던 일들이다. 여전히 그는 많이 먹고, 여전히 그는 어려운 문제를 틀리며, 여전히 그는 장관을 마주할 때마다 격하게 감동하며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변한 것도 있다. 제작진과 멤버들은 30년 가까이 방송을 하고 있는 강호동에 대해 변하지 않는 진행 본능을 ‘옛날 진행’으로 규정했다.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옛날 사람’이라고 놀렸고, 어떻게든 진행을 하며 지나가는 시민들과 웃음을 만들려는 방식을 ‘옛날 사람의 옛날 진행’이라고 표현했다. 강호동은 옛날 사람이라는 캐릭터를 얻었고, 예전에 비해 동생들의 놀림에 좀 더 많이 주눅이 들기도 하며, 마구잡이로 우기다가 눈치를 보는 일이 많다. 강호동도 나이가 들었고, 동생들도 함께 나이가 들었기에 변화된 예능 캐릭터였다.
사람이 한결 같을 수 없기에 재미를 선사하는 예능 캐릭터 역시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이동되기도 하고, 갈등 구도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이수근은 ‘1박2일’에 비해 강호동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고, ‘1박2일’ 때 강호동을 쥐락펴락했던 은지원은 반칙 캐릭터를 안재현에게 물려줄 위기에 처했다. 이를 지켜보는 강호동은 좀 더 흥미롭게 변화된 판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강호동은 변했고, 동시에 변하지 않았다. ‘신서유기’ 시리즈가 왁자지껄한 여행 속 돌발상황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마구잡이로 웃긴 순간이 많은 것은 이 같은 변한 강호동과 변하지 않은 강호동을 동시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일 터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신서유기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