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은 특별하다. 이제훈이 홍길동을 연기했다기보다 새롭게 창조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많이 보던 익숙한 탐정 캐릭터가 아닌 이제훈만의 탐정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드러냈다.
이제훈이 맡은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은 20년 전 어머니를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캐릭터다. 정의나 세계평화를 위해 움직이는 다른 히어로들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극 초반부터 홍길동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 극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홍길동에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극에 빠져들게 된다.
관객들을 극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조성희 감독의 세심하고 공들인 연출도 있지만 배우로서 이제훈의 역량이 많다. 이제훈은 탐정이라는 선입견에 갇히지 않고 시나리오에 깊이 파고들면서 이제훈만의 탐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탐정이 탄생했다. 홍길동은 캐러멜과 각성제를 들고 다니며 악당을 대할 때는 그 어떤 악당들보다 잔인하게 돌변한다.
이제훈이 연기하는 홍길동의 뛰어난 점은 탐정답다는 것이다. 홍길동은 정말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행동한다. 물론 완전무결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극의 긴장감을 위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거나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통해 억지스러운 반전을 만들어 영화 끝에 가서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는다. 믿음이 가는 탐정이기에 속편의 등장을 더욱 기다리게 한다.
홍길동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아역들과 호흡이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자체가 보기 드물다. 원수의 손녀들과 불편한 동행을 해야 하므로 악랄하게 대하고 잔인한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 사람의 모습이 점점 정이 가고 익숙해진다. 아역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있겠지만 홍길동이라는 캐릭터를 무너뜨리지 않고 호흡을 맞춘 이제훈의 공이 크다.
이제훈은 ‘탐정 홍길동’을 통해서 확실히 배우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영화 대부분에 등장하며 수많은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했고 아역배우들을 비롯한 김성균을 비롯한 조연과 카메오들과도 뛰어난 연기호흡을 보여줬다. 젊은 배우로서 이제훈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pps2014@osen.co.kr
[사진] '탐정 홍길동'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