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멈추지 마라 WIN아 WIN아."
가수 겸 프로듀서 이상민이 '브로스'를 무려 17년 만에 소환했다. 브로스는 현재도 여전히 이상민의 인생 BGM처럼 따라붙고 있는 '윈 윈(WIN WIN)'으로 인기를 누렸던, 1999년 활동했던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상민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브로스 구멤버 엑스라지의 고재형, 신멤버 슬리피와 딘딘과 함께 '브로스 2기 창단식'을 개최했다. 이는 리얼한 상황과 설정으로 매번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Mnet '음악의 신2' 촬영의 일부였다.
◇"젝키 때처럼 눈물 바다를 이루겠죠."
MBC '무한도전'을 통해 뭉친 젝스키스(젝키)가 단초가 됐다. 이상민은 브로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젝키가 컴백하고, 젝키가 YG와 손을 잡고 새로운 음반 발매까지 목전에 두자 브로스의 컴백을 은밀하게 계획했던 것.
물론 주연급 배우로 활약하는 정려원, 독보적인 보컬리스트로 성장한 바비킴, 최근 '슈가맨'으로 오랜만에 뭉친 디바 등이 이상민의 브로스 재결합 러브콜에 흔쾌히 응할리 없다. 이들을 대신해 브로스 2기 창단식에 끌려(?)나온 이들은 슬리피와 딘딘이었다. 그리고 '음악의 신' 시즌1~2를 통틀어 아마도 가장 많은 카메오 출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재형이 '구멤버' 대표로 이들과 함께 했다.
"이 방송도, 보신 분들마다 젝키때처럼 눈물 바다를 이루겠죠"라고 말하는 이상민과 브로스 2기 멤버들이 나란히 선 그 곳은 실제 얼마전 젝키의 재결합이 기적처럼 이뤄졌던 바로 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었다.
◇ "안돼! 잔디는 밟으면 안돼요!"
Mnet '음악의 신2' 촬영 도중 백영광 매니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창단식에 앞서 퍼레이드를 준비하려는 이상민, 고재형, 딘딘, 슬리피가 모두 화들짝 놀랐음은 물론이다. 이유인 즉, 대여 가격이 비싼탓에 잔디 바깥까지만 빌렸다는 것. 잔디를 밟는 순간 '백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백영광의 설명이 뒤따랐다. 이상민 대표의 구박이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이것이야 말로 '음악의 신'이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포인트다. '페이크 다큐'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말미암아, 진짜와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여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판단을 흐릿하게 만드는 상황.
특히나 이상민과 더불어 이런 포맷의 최정점에 서있는 출연자가 바로 '음악의 신2' 속 LTE엔터 매니저 역할을 소화중인 백영광이다. 그는 앞서 시즌1에서도 LSM엔터의 매니저로 등장, 운전면허도 없다는 점과 시도 때도 없이 수위 높은 엉뚱한 발언을 서슴치 않은 탓에 수시로 이상민의 구박 1순위 타깃이 됐다. 실제로 그의 직업은 '배우'다.
현장에서 만난 백영광은 OSEN에 "배우다. 몇몇 작품에 출연했지만, 많이들 알아보지 못한다. 나를 진짜 매니저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아마 연기를 못해서 그러는 것 같다"는 그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생활 연기로 늘 '음악의 신'에 리얼함을 불어넣는 것은 단언컨대 백영광이니깐.
◇"17년만에 제2기의 탄생을 공표합니다"
실제로 이날 브로스 2기 멤버들의 스웨그(Swag)는 넘쳐났다. 브로스 2기 멤버 이상민, 고재형, 슬리피, 딘딘은 힙합 스피릿 넘치는 복장으로 창단식에 임했다. 이상민은 백영광이 들어주는 프롬프트를 보며 또박또박 선언문을 읽어나갔다.
"1999년 10월. 전 세계 힙합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B-R-O-S 브로스. 2016년 5월, 17년 만에 제2기의 탄생을 세상에 공표합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젝키의 컴백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취재 매체는 한 곳 뿐이고, 이상민과 멤버들은 카메라 감독님, 피디, 작가들이 한데 모여있는 제작진을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축하 가수는 없다. 그저 브로스 2기 멤버들의 자축 공연이 있었을 뿐.
슬리피와 딘딘은 앞다퉈 '음악의 신2' 인터뷰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두 사람,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창력까지 인정받은 슬리피의 볼멘소리가 '음악의 신2' 카메라를 통해 빨려들어갔다. 특히 이번 '음악의 신2'와 이상민이 '음악 예능 타도'를 외쳤던 만큼, 대표 음악예능 '복면가왕'의 수혜를 입은 슬리피의 합류는 흥미진진한 요소다.
촬영 후 고재형은 "이렇게 '음악의 신2'를 통해 브로스 2기 창단식을 경험해보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과거 그룹들의 재결합이 많은데, '브로스'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쯤 뭉쳐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분명 기다려주시는 팬분들도 있지 않을까요"라는 말과 함께.
■ 브로스란?
룰라, 디바, 샵, 샤크라 등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이상민이 직접 프로듀싱했다. 이상민 본인을 비롯해, 룰라 김지현, 채리나, 고영욱, 샤크라 정려원, 황보, 이니, 디바 비키, 지니, 이민경, 소호대 에스더, 엑스라지(고재형 배동일 엄상혁 최준호 제롬), 그리고 바비킴이 속해 있던 힙합 그룹. 히트곡 '윈 윈'의 경우 멤버 전원의 떼창과 중간에 튀어나오는 이상민의 크라잉랩이 인상적. / gato@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디지털콘서트 1999' 브로스 무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