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알츠하이머가 이성민의 기억을 서서히 지워갔지만, 행복까지 뺏어가진 못했다. 15년전부터 은폐되고 뒤엉켰던 사건의 진실과 진범을 밝혀낸 이성민은, 그렇게 미소를 내비쳤다.
7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16회에서는 잘못됐던 모든 일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악을 저지른 진범들은 죗값을 치렀다.
15년전 박태석 아들 동우를 죽음으로 몰고간 뺑소니를 저질렀던 진범, 이승호(여회현)는 결국 자수했다. 오랜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주장하라는 아버지 이찬무(전노민)의 말을 무시하고, 결국 박태석(이성민)의 앞에서 자신이 진범임을 고백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호는 "15년전 뺑소니는 제가 한 일이다. 살릴 수 있는 변호사님의 아들을 두고 달아났다"며 "강현욱도 내가 죽였다. 강현욱이 뺑소니범이 저란걸 알고 있었고, 그걸로 협박을 해 충동적으로 살인을 했다"고 자살로 알려진 강현욱 역시 자신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거짓이었고, 박태석 역시도 이를 알고 있었다.
파장은 적지 않았다. 이는 기사로 보도됐고, 여론은 술렁였다. 황태선(문숙)은 아들 이찬무에게 손자인 이승호가 범죄 사실을 홀로 은폐했던 것으로 하게 지시하며 잔인함을 더했다. 나은선(박진희) 역시 아들 동우를 죽인 범인이 승호라는 사실에 그를 찾아왔고, 승호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은선은 그런 승호에게 "내가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우리 동우가 너한테 영원히 상처로 남는 거다. 난 동우가 너에게 상처라 아니라 희망이길 바란다. 동우를 생각한다면 세상에 나가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그게 동우가 너에게 주는 기회이고 용서다"고 그를 용서했다. 뺑소니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이었고, 승호는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 다음은 15년전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진실이다. 박태석은 권력의 힘을 빌어 죄를 덮어왔던 진범 영진(이기우)과, 그를 대신해 용의자의 누명을 쓴 명수(정영기)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알츠하이머가 조여오는 마지막 시간과 힘을 짜냈다.
15년전 사건도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당시 영진(이기우)은 차원석(박주형)과 슈퍼에 물건을 사러갔다가, 물건을 사고 수표를 낸 자신에게 "팔지 않겠다"고 하고 반말을 하는 자신을 꾸짖는 슈퍼 여주인을 야구배트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는 결국 억울하게 명수(정영기)가 뒤집어쓰고 15년째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었던 것. 결국 이같은 사실을 증명하고자 알츠하이머를 밝히고 태선 로펌 밖으로 나온 박태석(이성민)은 끝까지 고군분투했다. 신화식(이정길) 회장을 찾아가, 결국 15년전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으로 발언하는 것을 시계 몰래카메라로 증거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진행은 순조로웠다. 한정원(송선미)은 증인으로 출석, 검사 재직시절 명수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문제는 수시로 조여오는 박태석의 알츠하이머. 일상을 덮쳤던 알츠하이머는 법정에서도 불쑥 찾아들어 그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활약한 박태석 때문에 결국 명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몰래카메라로 확보된 신회장의 영상이 보도됐고, 신영진은 결국 체포됐다. 다만, 진실이 밝혀졌지만 박태석의 알츠하이머는 심각해졌고, 결국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지경까지 이르렀다.
서영주(김지수)는 태석이 남겨둔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자신의 상태가 악화됐을 때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법적 대리인임을 확인시키는 서류, 자신을 요양원에 보낼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에 영주는 그대로 태석에게 달려가 눈물로 포옹했다.
이성민이 모든 진실을 밝혔다. 그리고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하나 둘 기억을 잃어갔다. 심지어는 아내와 아이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박태석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알츠하이머가 그의 기억은 앗아가도, 그를 찾아온 행복은 빼앗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박태석의 내레이션.
"인생의 불행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절망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이제 또 다른 소망이 있다면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다.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으니깐." / gato@osen.co.kr
[사진] '기억'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