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tvN 금토극 ‘기억’이 주인공 박태석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기억을 잃는다는 결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감동적인 내용이었음에도 아쉬운 것은 시청률이었다. 16회 내내 전국기준 2.2~3.8%(닐슨코리아 제공) 사이로 4%는 넘지 못했다. 비록 낮은 수치였지만 작품성으로만 따지면 ‘기억’은 손꼽히는 걸작으로 회자될 듯싶다.
지난 7일 방송된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마지막 회에서는 차츰 기억을 잃어가던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희망슈퍼 살인사건과 아들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밝히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절망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다는 것을,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삶의 소중한 가치,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3월 18일 시작했다. 16회 동안 명예와 돈보다 중요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드라마였다.
사실 그간 기억상실증이나 치매를 다룬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식상함을 느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기억’은 한 인간이 단순히 기억을 잃는 과정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이끌며, 다음회가 궁금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미궁 속으로 빠진 사건을 놓고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탄탄한 극본과 감각적인 연출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인물들의 대사 한 구절 한 구절과 한 사람의 내면을 파헤치면서 생기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괴로움을 아주 자세하고 의미 있게 표현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도 흡입력을 높였다. 이성민, 김지수, 박진희, 전노민, 이기우, 여회현, 준호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호연을 보여줬다. 특히 이성민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라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슬프지만 코믹한 면모도 갖고 있는 태석은 이성민 그 자체였다.
태석의 아내 역을 맡은 김지수와 박진희도 절제되고 담담한 내면연기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뺑소니 사고의 진범 이승호 역을 맡은 신인 여회현의 연기도 수준급이었다. 시청률 면에선 다소 아쉬웠지만,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남기고 떠났다./ purplish@osen.co.kr
[사진] ‘기억’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