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구석없는 '갓성민'이었다. 이성민은 tvN 드라마 '기억'의 중심축을 이끌어가며, 16부작을 밀도있게 완성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성공한 변호사, 15년전 뺑소니로 아이를 잃은 아픔, 그리고 이혼과 재혼 등으로 짜여진 설정은 자칫 그저 그런 뻔한 신파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했던 터. 하지만 '기억'은 휴먼 드라마와 치밀한 전개를 적절하게 버무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했고, 매회 가슴의 울림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라는 뻔한 소재가 오히려 작품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 '가족'은 그보다 더 깊은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세심하게 다뤘고, 잘 짜여진 각종 복선들이 뒤엉켜지며 보는 맛을 더했던 작품이었다. 앞서 '복수' 3부작 시리즈로 호흡했던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 콤비가 만들어낸 완성도다.
물론 극을 완성한 것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었다. 연기파로 손꼽히는 배우들의 호연은 아쉬운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수작으로 불리게 도왔다. 특히 주연을 꿰찬 배우 이성민의 연기는 탁월했다. 출연하면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생성하는 이성민의 출중한 능력이다.
'기억'을 통해 이성민은 '국민 아빠'가 되기도 했고, '국민 변호사'가 되기도 했다. 그가 울면 시청자도 따라 울었고, 그가 머리를 치며 답답해하면 시청자는 함께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이성민이 가족들과 벚꽃놀이를 간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길을 잃는 모습에는 스태프 70명이 현장에서 흐느끼기도 했다.
이성민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60분을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었고, 명엔딩을 수시로 탄생시켰다.
물론 이성민 뿐만은 아니다. 그의 전처 나은선을 연기한 박진희, 아내 서영주를 연기한 김지수, 또 박태석 변호사를 도왔던 정진과 봉선화 역의 준호와 윤소희도 있었다. 악역인 신영진을 소화한 이기우나, 아버지라는 탈을 쓴 또 다른 악역 이찬무도 있었다.
분명 '기억'은 지상파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시청한 모두에게 호평과 감탄을 저절로 이끌어냈던 명작임에 분명했다. / gato@osen.co.kr
[사진] '기억'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