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을 넘은 가수들은 많다. 그 중에 30년을 한결같이 활동하는 가수는 천연기념물 급이다. 이승철이 그렇다. 소년처럼 사랑을 노래하던 그가 어느새 일기장을 꺼내든 중년이다. 올해가 벌써 30주년이니까.
발라드의 황제 이승철이 8일 요즘 MBC 예능의 간판 프로인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아쉽게도 복면은 쓰지 않았다. 판정단과 함께 했다. 출연자인 슬램덩크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제 경험상)가수로서 목소리는 지문 같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은 존재감이 반가웠다"고 했다. 원더우먼 양파한테 패해 복면을 벗은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god 김태우였다.
이승철은 이날 방송에서 후배들의 열창에 온 몸으로 반응했다. .2라운드에서 김태우가 '비처럼 음악처럼' 부르고 난 후에는 "앙코르"를 연호했고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장면까지 드러냈다. 출연자와 제작진은 물론이고 방청객, 시청자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어우러지는 한 마당을 연출한 셈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시청자와 가요팬들이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 이승철 자신이 언젠가 복면을 쓰고 출연해주길 원하는 소망이다. 이날 이승철의 판정 멘트에 따르면 가수의 목소리에는 지문처럼 저 마다의 특색이 찍혀있다.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저만의 독특한 창법을 구사하는 이승철은 지난 30년동안 가창력 최고 가수로 모든 팬들로부터 확실하게 인정받아온 인물. 그런 그가 복면을 쓰고 출연했을 때 과연 목소리 지문을 숨길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승철이나 제작진이 '복면가왕' 출연 또는 섭외를 망설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승철이 또 누군인가. 그 정도 내공과 실력을 갖춘 가수는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모창의 달인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이승철은 MBC '라디오 스타' 출연에서 뛰어난 예능 감각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센놈 위에 더 센놈’ 편에 출연해 좌중을 폭소의 바다에 빠뜨렸다. 감췄뒀던 흑역사 공개로 자기 디스에 나서는가 하면, 후배 가수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엔딩에서는 역시 황제의 노래 솜씨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심야 토크쇼 '라스'의 작고 초라한 스튜디오 무대에는 달랑 피아노 한 대뿐. 그럼에도 이승철이 '일기장'을 부르는 순간 역대급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MC와 패널들은 그의 노래에 숨을 죽이고 집중하다가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고, 그 영상은 TV캐스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폭발적인 조횟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이승철의 복면을 기대할 이유는 여러가지이고 충분하다./mcgwire@osen.co.kr
[사진] MBC '복면가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