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극장]'곡성', 세계가 믿고 보는 나홍진 감독의 저력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5.09 15: 36

단 세 편의 영화만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2008년 개봉된 ‘추격자’가 제61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고,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FIP)로부터 부분 투자를 받아 만들어진 다음 작품 ‘황해’ 역시 제6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이자 6년 만의 신작 ‘곡성’ 역시 또 한 번 칸으로 갑니다. 이쯤 되면 나 감독의 영화를 세계가 믿고 본다 해도 좋을 듯합니다.
지난 3일 열린 ‘곡성’의 기자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FIP의 수장 토마스 제게이어스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를 위해 새벽 5시부터 LA에서 날아왔다”며 ‘곡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투자자이자 나홍진 감독의 팬으로 간담회장에 나선 그는 “8년 전 ‘추격자’를 처음 봤는데, 재능 있는 감독이라 느꼈다”며 “‘황해’에 이어 이번에도 우리가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영광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왜 이 감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감독에 대한 찬사를 아낌 없이 보냈습니다.
FIP 측은 ‘곡성’ 제작을 지원하면서 감독에게 영화 연출의 전권을 100% 맡겼다는데요. 자본의 방향에 따라 이야기가 엎었다 메쳤다를 반복하는 추세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홍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이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홍진 감독은 간단한 자기소개로 간담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그는 배우들보다도 더 많은 질문 세례를 받았는데요. 오랜만에 직접적으로 받은 스포트라이트에 당황한 듯도 했지만 성실히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영화 공개 전부터 논란 아닌 논란이 됐던 ‘곡성’이라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곡소리’를 뜻하는 이 영화의 제목과 촬영된 곳의 지명의 음은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던 데 깊은 의미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대한 많은 기억이 있다”며 “어릴 때 자주 갔었다. 나이 먹고 오랜만에 찾아가 봤는데 그대로더라. 구상 중인 이야기를 이 고장에서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나 감독의 작품 세계에 실제 벌어진 사건들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터입니다. 이번에는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영화가 완성됐는데요. 이에 대해 그는 “전작과는 다르게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그가 도대체 왜 그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며 “가해자를 우연히 만난 것이 그 이유의 전부이진 않다. 이를 용이하게 풀어 나가려면 이야기의 범주가 현실에만 국한될 수 없었고,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이 방대한 ‘곡성’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무속인 등의 인터뷰에도 몹시 골몰했다네요.
‘곡성’에서는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같은 연기파 배우 말고도 엄청난 에너지의 아역 김환희가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나 감독은 “김환희에게 너는 아역이라는 생각을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며 “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너의 나이는 거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는데요. 역시 사정 봐 주지 않는 완벽주의자 감독다운 프로의식이었습니다. “김환희와 그의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슛 들어가기 전후에 기도를 하더라”고 후일담을 전해 웃음을 주기도 했죠.
이러한 감독의 열의에 배우들은 “징글징글하다”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였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은 “‘황해’에서 함께 했을 때부터 나 감독이 얼만큼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육체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맑은 촬영 기간을 보냈다”고 증언했습니다. 천우희 역시 징글징글하다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곽도원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황정민은 나 감독의 집요함이 자신과 닮았다며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웃었죠.
언급했듯 ‘곡성’은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세 작품을 모두 칸으로 보낸 감독의 저력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나 감독은 “영화제 권위에 대해 신뢰한다”며 “제가 영화를 만들어 가는 방향성에 대해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 의심될 쯤 칸에 초청을 받아 힘이 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가 끝난 후 평단은 거의 만장일치 수준의 호평을 내놨습니다. 이에 힘입어 당초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곡성’의 개봉일은 하루 앞당겨졌죠. 조금 더 빨리 만나게 된 ‘곡성’, 156분의 긴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듯합니다./osenstar@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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